요즘 중국 친구들은 좀 극단적일정도로 SNS에 미쳐 사는거 같다. 대표가 참석한 회의에서도 웨이신 moments를 올리고, 피트니스센터 탈의실에서도 올리고, 그냥 하루 종일 웨이신을 붙들고 사는거 같다.
15년 12월 상해에서 친구에게 들은 얘기다. 사실 이제와서 웨이신에 대해 언급한다는게 한참 늦은 얘기라는 것을 안다. 그냥 ‘내가 지금 써봤으니, 이제 웨이신의 힘을 알았다’는 정도로 봐주면 좋겠다.
사실 중국의 서비스는 사용해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대부분 중국인들을 위해, 중국내에서 동작하도록 설계되기도 했거니와 ‘뭘 굳이’의 느낌이 강했다. 중국에 왔고, VPN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존 서비스가 별로 없기 때문에 하나씩 중국산 모바일 앱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단연코 그 첫번째는 웨이신이다. 영어로는 wechat이다. QQ라고 알려진 텐센트의 새로운 모바일 메신저다.
1. 일단 데이터를 보자.
기본적으로 웨이신은 메신저다. 카카오톡 정도로 생각해보면 되겠다. 카카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사용자가 ‘조금 더’ 많다는 것 정도다.
- 총 5.7억명의 일일 엑티브 유저
- ’14년 성장률 49%, ’15년 성장률 64% (일일 엑티브 유저 기준)
- 평균 128명의 친구가 있고, 전체 사용자의 60%가 15~29세
- 추석 명절에 웨이신을 통해 돈을 송금하는 사용자가 1억명 이상 (Hongbao)
대충 살펴보면 아직 젊은 층들이 사용하고 있고, 성장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보여진다는 것이다. 1선 도시에서는 93%의 침투율을 보이고 있으나, 3선급 이하의 도시에서는 여전히 50% 미만이라는 점, 전체 사용자의 평균 연령대가 어리다는 점, 사용자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친구가 20% 이상 증가한다는 점 등이 대략적인 근거다. 참고로 Hongbao(홍빠오)는 일종의 돈봉투다. 추석이나 설날 등에 주고받는 새뱃돈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춘절 연휴가 끝난 후 많은 중국 친구들이 Hongbao로 받은 돈을 찍어서 공유한다는 정도가 되겠다.
2. QR코드는 죽은 기술이 아니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 ‘미국에서는 명함을 주고받지 않는다. 그냥 이름만 알고 가까워지면 LinkedIn으로 연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중국에서는 웨이신이 그 역할을 한다. (물론 중국에서는 명함을 쉽고 일상적으로 주고받는다.)
웨이신에 있는 ‘내 QR 코드’를 보여주면, 상대는 그걸 스캔한다. 그리고 친구가 된다. 적절하게 Social하면서도, 나의 신상을 모두 밝히지 않고 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다. (단, 이 경우 친구가 등록되면 Description에 뭐라도 메모를 해놓는게 좋다. 닉네임만 보고는 누가 누구인지 기억해내기 어렵다.) 카카오톡에 익숙해진 우리는 스마트폰의 연락처에 번호를 입력해놓으면 카카오톡에도 자동 등록되는 형태에 익숙하다. 나 역시 누군가를 만난 자리에서 카카오톡을 연결한 기억은 없다.
중국에서는 나의 웨이신 QR 코드가 다양하게 활용된다. 노점상에서도 스티커로 만든 QR을 붙여놓고, 발표 자료 마지막에도 QR을 붙인다. (발표가 인상적이라면 사람들은 웨이신을 꺼내 QR을 스캔한다.) 컨퍼런스에서는 단체 대화방을 만들고 단체 대화방 QR코드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컨퍼런스 도중 자료를 공유하기도 하고, 컨퍼런스 이후에 대화를 이어가기도 한다. QR 스캔 자체가 보편적이다보니, 사람을 등록하는 기능 외에도 (QR이 지닌 원래의 기능대로) 다양한 URL로 연결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광고판, 전단지, 홈페이지 등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띄워야하는 페이지가 있는 경우에는 모두 사용된다. 심지어 온라인으로 주문을 완료하고 결제할 때 QR 코드를 통해 모바일에서 결제를 하기도 한다.
3. 결제와 송금은 이보다 강력할 수 없다.
사실 웨이신을 사용하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결제이고, 아직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기능이 결제다. (사실 간편결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Alipay는 주민번호를 요구하기 때문에 외국인이 가입하기 조금 까다롭다.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은 것인지, 새로 기능이 추가된건지 모르겠으나 다시 해보니 잘 되었다. 은행 계좌를 만들 때 사용한 영문 이름의 대소문자 구분이 이슈였다.)
4. 외국인(?)을 위한 배려, 번역기가 있다.
클럽에 가서 외국인과 중국인이 함께 춤을 추며, 웨이신으로 대화하는 기괴한 장면을 본적이 있다. ‘미래에는 자동 번역기가 나올테니, 외국어 따윈 배울필요 없다’던 어릴적 세상이 이미 현실에 구현된 것이다. 하나의 폰을 번갈아 사용해가며 채팅으로 대화하는 모습이란…그리 로멘틱하지 않다.
실제로 중국에서 만난 사람들과 웨이신으로 대화할 때, 영어와 중국어를 섞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영어가 편하지 않은 사람들이라 영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문장은 과감하게 중국어로 말한다. 당연히 웨이신이기 때문에 번역해서 알아들을거라 생각해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를 ‘번역기’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중국어로 적힌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을 받으면 복사해다가 내 대화방에 붙여넣고 번역한다. Microsoft 번역기를 쓰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중문-영문 번역은 상단히 정확하다.
그 외에도 뉴스피드, 타임라인, 각종 편의 서비스 (기차표 예약 등) 등 무한히 많은 기능들이 숨겨져 있다. 재밌는건 어마어마한 기능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iOS, Android 기본 UX를 따른다는 점이다. 별로 혼란스럽지 않고, 정갈하다.
15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