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쉐이크

  
비가 오고 난 친구를 기다린다. 비가 내리는 상하이의 목요일 저녁. 거리는 건물 위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조용하고 한적하다. 희뿌연 스모그도 보이지 않는다. 클럽으로 향하는 인파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도, 가는 밤을 아쉬워하며 길에서 꼬치와 맥주를 앞에 놓고 소리쳐 대화하는 사람도 없다.

약속 시간에서 벌써 30분이 지났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마음은 차분하고, 고요하다. 친구를 만나도 많은 말은 필요없을 것 같다. 쉐이크 하나를 먹었고 소화가 잘 안되는 나의 배는 벌써 부르다.

하나 더. 아보카도 밀크쉐이크를 시켰는데 아주 맛있다. 근데 아보카도를 빼도 비슷한 맛이 날 것 같다. 이 녀석의 원래 맛은 뭘까? 언젠가 미국의 한 마트에서 재미삼아 아보카도를 샀다가 낭패를 본적이 있다. 그냥 먹을 수는 없는 과일이라는 결론을 내렸었는데, 뭔가랑 섞으니 나쁘지 않은 조합이 된다. (무릇 인간 관계도 이와 같지 아니한가 같은 훈훈한 마무리는 생략하자)

#상하이 #푸민루 #아보카도 #밀크쉐이크 

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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