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구워먹고자 한다면 – 우가

2010년 정도로 기억한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먹는 것’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곳이었다. 일의 강도가 상당한 수준이었고, 투입되는 프로젝트 팀의 규모대비 단가가 높은 직종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먹고 마실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막내들이 회식 장소를 잡을 때는 ‘가격과 무관하게’ 팀의 형님들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어느정도 서울 시내 맛집들, 특히나 (아주 분위기 있는 고급 레스토랑을 제외하고) 회식이 가능한 고깃집들은 엄청나게 돌아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구제역 파동이 있던 어느 해 겨울, 우리 팀은 프로젝트를 끝내고 강원도를 갔다. 횡성 근처 어느 톨게이트를 나와 방제 작업 중인 지역 공무원들을 통과해 ‘우가’라는 고깃집을 찾았다. 그 곳 주인은 술을 팔지 않았고 (사실 맥주 몇 병을 팔기는 했다.), 모든 테이블의 고기를 직접 구웠다. 가위로 세심하게 고기를 분리하고, 각 부위별로 다른 정도로 구웠다. 어떻게 먹어야하는지, 고기에는 어떤 맛들이 숨겨져있는지, 우리가 흔히 ‘부드럽다’, ‘입에서 녹는다’는 것이 결국은 기름 맛일뿐이라던지, 이런 것들을 알려줬다

어제는 대학 친구들 셋과 신사동 우가에서 만났다. 청담CGV 골목으로 들어가다가 첫 번째 큰 골목이 나오기 직전 우측 건물 지하다. 인테리어는 횡성의 그 곳보다 현대적이었고, 고기를 구워주는 직원들도 잘 훈련되어 있었다. 등심과 와인, 그리고 차돌박이와 초밥, 된장에 비빈 밥을 시켜 먹었다. 어쩔 수 없이 마지막은 소주로 마무리했다.

결국 고기는 어딘가에서 사온 후에 상에 낸다. 누구라도 좋은 고기를 적절한 가격에 살 수 있다면 좋은 고깃집을 운영할 수 있는게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음식이 그러하듯, 고기를 굽는 철판의 온도부터, 간단한 밑반찬의 어울림, 고기를 굽는 직원들의 숙련도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는걸 이제는 조금 알게되었다. 맛을 위해 얼마를 지불해야 적절한지는 여전히 모른다. 5,000원짜리 분식과 50,000원짜리 등심 구이는 결국 사소한 만족감의 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음식은 사소한 행복으로, 그리고 사소한 행복은 함께 만난 사람들과의 즐거운 대화로 이어진다. 과음했지만 너무 늦어지지 않았고, 많이 먹었지만 과식하지 않은 밤이었다. 말나온 김에 삼각지에 있는 차돌박이집 한 번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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