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전,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1
고지전이 나온 2011년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 고지전을 봤다.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고지전은 ‘JSA’와 ‘이오지마에서 온 편자’ 등 무수히 많은 전쟁 / 분단 영화를 떠오르게 한다. 보편적이고도 성공적이었던 전쟁 영화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균형감을 잘 유지한 영화다. 무척 재밌었고, 무척 오랜시간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2
일단 영화는 진지함을 너무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다. 하나의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쟁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살아남기’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지나치게 정의롭고, 간드러진 멘트들을 자제하고, 오랜 전투로 단련된 병사들의 실없는 농담들이 적절하다.


#3
영웅들의 전쟁이 아니었기에 영화를 가득 메우는 것은 다양한 캐릭터를 지닌 조연들이었다.  류승수, 고창석, 이제훈, 류승룡 등이 만들어내는 캐릭터는 전쟁 영화에 흔하게 등장할법한 인물이면서도, 지나치게 한두 인물에 치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조화를 이룬다.

#4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두 배우. 김옥빈은 북한 사투리를 쓰지 않았다. 남한 출신 병사라는 설정 때문이었을까? 다소 어색함을 지우지 못했다. 하지만 그토록 확신하던 ‘전쟁의 의미’를 ‘아 씨발,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나’라고 얘기하는 류승룡은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준다. 오랜 전쟁으로 인간성을 잃어가는 고수와 달리, 그는 점차 인간적인 면모를 알아간다.

#5
영화의 큰 줄거리를 끌어가는 고수. 겁많던 신병에서 살아남기 위해 냉혹해진 중위로 거듭난다.  영화를 보면서 다소 아쉬운 캐릭터였다. 냉혹하지만 부대원들을 챙기고, 때로는 부드럽다는 설정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 정도의 상황에 처한 병사라면, 적군을 스코프에 담아놓고 망설이지 않았어야 했다.

그리고도 몇몇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다. 2차 대전 영화를 보면서 신선했던 화면들인데, 한 위치에서 여러번의 전투를 오버랩하여 보여주는 장면이다. 화면이 고정된 채, 한 번의 전투가 있고, 그 전투에서 쓰러진 병사는 시체로 쌓여있다. 그리고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반복되는 전투를 보여준다. 그 곳에는 여전히 어제 전투로 희생된 사람들의 시체가 놓여져 있다.

#6
오랜만에 영화를 다시 봤다. 여전히 몇몇 장면들은 눈에 거슬리지만, 충분히 재밌었다. 다만 이제는 서로가 총을 쏘는 영화가 아니라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같은 영화가 한국 전쟁에서도 그려진다면 좋겠다. 한국 전쟁이라는 시간, 공간적 배경하에서 일반인들이, 특히 여성들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대한 영화. 고지전을 예로 들자면 옥수수를 들고가던 김옥빈을 신하균이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영화에서처럼 초콜렛을 쥐어주고 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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