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여섯의 여행, 그리고 휴가

‘여행을 하며 살아가는 것’을 동경했다. 여행과 일상이 구분되지 않고, 여행이 돈벌이 사이에 낀 작은 쉼표가 되길 원치 않았다. 그래서 여행을 사랑했고, 동경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살아가는 방식을 찾고자했다. 그것은 많거나 오랜 시간 여행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행이 주는 영감과 삶의 방식을 내 인생 중심에 두고 싶었다.

결혼을 하고, 일을 하고, 자유로운 듯 얽매이고, 여전히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다. 자주 휴가를 낼 수 있지만 랩탑 없이 일주일을 비울 수 없다. 내가 원할 때 언제든 쉴 수 있지만 그로 인한 뒷감당은 온전히 내 몫이다. 그래서 여행이 언제나 불완전하다고 여겨졌다. 예전만큼 여행을 준비하는데 열정적이지 않고, 여행지에서 받는 아드레날린도 많이 줄었다. 그래서 뭔가 찜찜했다. 그래서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첫번째는 여행지의 선택이다. 여행지 자체에 두는 의미가 많이 줄었다. 인도를 가는 것과 일본을 여행하는 건 너무 다르다. 하지만 발리와 크라비는 크게 다르지 않고 상하이와 방콕도 거의 비슷하다. 유럽을 일주하는게 아니라면, 인도를 종단하는게 아니라면, 쿠바에서 쿠바 리브레를 마실게 아니라면 여행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둘째는 여행하는 방식이다. 여행지에서의 부지런함이 갖는 목적이 달라진다. 이젠 서울에서 하지 못했던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경험하려 노력한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극단적으로 빨라지고, 저녁엔 잠을 방해할 어떤 요소도 없다. 저무는 하루를 아쉬워하며 트위터를 끄적일 이유가 없다. 졸리면 바로 잔다. 술을 줄이고, 고기를 줄이고, 많이 걷고 스트레칭을 한다. (물론 많이 먹기는 한다.) 몸이 나에게 주는 느낌에 좀 더 민감해진다. 그리고 프로야구 하이라이트와 예능 재방송보다는 책을 보고 글을 조금씩 쓴다. 새로운 생각들이 생겨난다.

이젠 여행과는 다른 ‘휴가’의 의미 를 알게되었다. 적절한 휴식과 변화가 주는 에너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아무것도 하지않음의 미덕을 조금 알아간 것 같다. 다음 휴가는 좀 더 새로운 일상의 방식을 시도해보고 싶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이 휴가지에만 머무르지 않고, 내 생활로 침범하길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짊어질 배낭이 무겁지 않도록, 건강에도 신경써야할 나이가 되었다. 오늘은 태국에서 돌아왔고, 빨래를 하고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을 정리했다. 내일부터 해야할 일들도 조금씩 하고 있다.

 

#2016휴가 #태국 #끄라비 #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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