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꿈을 꾸었다. 좀비들에게 쫒기다 막다른 곳에서 따라잡혔다. 그리고 그들중 하나에게 물렸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 만큼이나 절망적인 순간에 느껴지는 좌절감이 생상하게 전달되었다. 생각보다 아프지는 않았다.
#2
천안에 있는 클라이언트의 공장은 차로 한시간 거리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유독 오늘따라 멀미가 심했다. 날씨는 더할나위 없어 좋았고, 전반적인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회의 때문일수도 있겠다. 돌아오는 길은 내려갈 때보다 막혔고, 좀 더 멀미가 났다. 길은 막혔지만 그래도 시간은 생각처럼 많이 걸리지 않았다.
#3
일을 하면서 바쁘다는건 좋은 핑계가 아니다. 언제나 할일 목록은 내가 처리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늘어난다. 사업하는 사람에게 한가함을 기대하기는 어려울꺼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차분히 처리하고 싶은 일을 급하게 숙제하듯 마무리하는 기분도 썩 유쾌하지는 않다. 그래서 할일 목록 관리 방법을 바꿔보았다. 그리고 잠시 잊어도 되는 일은 잊기로 했다. 새로 세팅한 윈도우용 데스크탑에는 슬랙을 제외하고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설치하지 않았다. 집중해야하는 일에는 조금 더 집중하기로 했다.
#4
몸에 열이 많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지만 섵불리 셔츠 입기가 두렵다. 서서히 약하지만 지속적으로 땀흘리는 기분이 싫다. 추운것보다는 더운게 싫다.
#5
차를 수리중이다. 그래서 오늘은 지하철로 퇴근 중이다. 팟케스트를 들으며 멍하니 운전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간단히 하루를 기록하고 있다. 블랙베리의 쿼티 자판은 아이폰보다 편하지 않다. 하지만 한글자씩 눌러쓰는 느낌이 아주 좋다. 볼펜 대신 만년필을 선호하는 것과 같다. 길게 쓰지는 않지만 키보드로 칠 때 보다는 좀 더 생각의 속도를 조절하기에 유용하다. 이 글을 쓰면서 수서역에 잠깐 내렸고, 다음 기차로 갈아탔다. 오늘 하루도 진심으로 수고 많았다. 냉장고에서 나를 기다릴 맥주를 한 캔 마시고 푹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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