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부산 

#1

금요일엔 일찍 퇴근하고, 부산에 갔다. 아내가 부산 출장이 있어 아침 일찍 도착해 있었고, 볼일을 마친 후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4시 20분 기차를 타기위해 수서역으로 갔고, SRT를 탔다. 두 번째 타는 SRT다. 지난번보다 역에 사람들이 많았다.

 

#2

7시가 다되어 부산역에 도착했다. 매년 한번 정도는 부산을 찾았지만, 그 때마다 부산역 정문은 공사중이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많은 여행객과 노숙인, 다양한 사람들이 기차역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 지하철을 탈까 고민했지만 ‘직행’ 버스가 있다는 얘기에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는 간발의 차이로 좌석을 찾지 못했고, 서서 갔다. 해운대까지는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부산에서 버스는 절대 비추다. 아내에게 놀림받으며, 후회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부산의 길은 좁다. 길 양쪽은 새로만든 건물과 오래된 건물이 가득하다. 길에서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가능하면 지하철을 타야한다.

 

#3

짐도 없고, 배는 고프고, 시간도 늦었기에 버스에서 내려 해운대시장으로 곧장 향했다. 목적지는 곰장어를 판다는 음식점이다. 기장이라는 곰장어 지명이 들어간 집이었다. 8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자리는 만석이었다. 곰장어는 훌륭했다. 살아있는 곰장어 불에 올려지면서 꿈틀거리는게 낯설었지만, 아주 신선했다. 배도 고프지 않았기에 25,000원짜리 ‘소’를 시켰는데, 양이 생각보다 넉넉치 않았다. 마지막에 밥을 비벼 먹었다.

우리가 보통 장어구이로 먹는 녀석은 뱀장어이고, 민물장어이다. 저수지, 호수, 하천에 주로 살고 다 자라면 바다로 내려가 산란한다. 아나고라고 알려진 장어는 붕장어이고, 바다장어다. 곰장어는 바다장어이나 뱀장어, 붕장어와는 좀 다른 어종이다. 국내에서는 묵장어, 헌장어, 곤배장어, 꾀장어(전남), 푸장어(경남), 꼼장어 또는 곰장어(부산) 등 다양한 방언으로 불린다. 세계적으로는 피혁으로 보통 사용되고, 식용으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어종 중 ‘먹을게 없어서 먹었다’는 녀석들 중 하나이다.

 

#4

이튿날, 호텔에 짐을 맡기고 미역국을 먹었다. 가재미 미역국이 독특했다. 조개가 들어간 미역국은 보통 집에서 먹는 맛과 비슷했고, 아침으로 먹기에 좋은 선택이었다. 인당 만원 정도였는데, 훌륭한 반찬이 함께 나오기에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그리곤 해운대 해변가를 걸었다. 오늘은 오동도쪽 방향이 아니라 달맞이고개쪽으로 걸었다. 뉴스에 나왔던 LCT는 한창 공사중이었다. 파라다이스 호텔을 지나서는 콘도/레지던스 건물이 하나 나왔고, 1층엔 테라스가 있는 다양한 식당들이 있었다. 한 곳에서는 크롬바커를 한 잔 마시고, 다음 집에서는 타파스 하나에 필스너를 마셨다.

느즈막한 여름 오후, 맥주로 배를 채우고 슬슬 걸어 해운대시장으로 돌아왔고, 맛깔나보이는 파전을 먹었다. 막걸리도 한 병 시켰지만 반 이상 남겼다. 파전집엔 환갑이 넘은 부산 어르신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주말인지라 등산을 갔다온 사람도 있었고, 오랜만에 만난것으로 보인 친구 사이도 있었다. 모두가 거나하게 취했고, 어마어마한 샤우팅으로 대화했다. 남자들이 취했을 때 얼마나 수다스러워지는지 잘 보여준다. 지쳐서 나와 호텔로 돌아갔다.

 

 

#5

훌륭한 일박이일이었지만, 돌아오는 기차안은 꽤나 피곤했다. 교회에서 일하는 듯 보이는 사람은 조용한 기차안에서  내내 대화를 했고, 이어폰을 뚫고 들어오는 하이톤의 목소리는 거슬렸다. 수서역에 도착하고,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를 찾은 후 집으로 돌아왔다. 급격히 피곤해졌고, 몸살 기운이 났다. 주말마다 코드랩을 시작하고나서 하루를 온전히 쉬었던 날이 없었기에, 전반적으로 지친 여름날이다.

 

/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