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영화 정리

모든 장르의 영화를 본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전쟁 영화와 재난 영화는 절대 거르지 못한다. 전쟁 영화는 이전에 한 번 정리(전쟁 영화 정리)했고, 이번엔 재난 영화다. 재난 영화를 보는 심리는 미묘하다. ‘난 다행히 안전하게 살고 있다’는 안도감인지 모르겠으나, 사실 특정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게 반드시 설명해야되는 현상은 아니다. 아무튼, 이 참에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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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재해, 재난 일반

보통은 고립된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과학자가 나온다. 사회성이 다소 부족한지라 학계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연구만 한다. 그러니 가족과의 관계가 좋을 수 없다. 영화가 5분 정도 흐르고 나면 그 과학자는 지구 종말을 예상하는 몇 가지 데이터를 확인한다. 당연히 그는 학계, 정계에 보고하지만 비웃음거리가 된다. 그 다음부터는 우리가 예상하는 스토리대로 흘러간다. 보통 이런 영화는 가족애가 매우 부각된다. (그나마 가족애가 낫다. 만약 자연 재해와 청소년물이 조합되면 결과는 안드로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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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는 다양하다. 도심에서 용암이 터진다거나 (볼케이노, 단테스피크), 갑작스러운 빙하기가 도래한다거나(투모로우) 지진, 해일이 (2012, 샌 안드레아스) 나기도 한다. 사실 재난이라는 이름의 블럭버스터라, 현실감은 매우 떨어진다. 거의 SF급 영화다. 따라서 호불호도 명확하다. 예를 들어 (그나마 최근작인) 2012나 샌안드레아스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가? 이들 영화의 완성도, 재미, 주연급 배우의 연기를 어떻게 평가하는게 맞을까? 이 장르는 평가가 필요없는 선호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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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케이노 (1997) – 도심지 용암 폭발!! ****
  • 단테스피크 (1997) – 이것도 도심지 용암 폭발!!! ****
  • 코어 (2003) – 참신한 소재, 신선한 비주얼, 하지만 스토리는 매우 진부한 **
  • 투모로우 (2004) – 도서관에서의 장면이 인상적.어린 친구들의 모험담 ****
  • 2012 (2008) – 돈을 많이 쓰면 이렇게 된다. 예고편이 젤 재밌다. **
  • 샌 안드레아스 (2015) – 드웨인 존슨은 이제 거물이다. 하지만 식상한건 어쩔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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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영화에 등장하는 재난이 지나치게 픽션처럼 느껴진다면, 보다 현실적인 소재들도 있다. 이런 소재들은 시대적 유행에 따라 한꺼번에 등장하는데, 대규모 폭풍이 있다거나 (인투더스톰, 트위스터), 쓰나미가 난다거나 (해운대, 더 임파서블) 지진이 나서 섬이 가라앉거나 뭐 그렇다. 대자연에 맞선 인간을 보여주려 노력하지만, 결국 가족애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주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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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위스터 (1996) – 비슷한 내용인데 소제가 제목 그대로 트위스터다. **
  • 퍼펙트 스톰 (2000) – 조지클루니만 보인다. **
  • 해운대 (2009) – 한국도 드디어 재난 영화를 만든다. ***
  • 더웨이브 (2015) – 진부하지만, 그래도 북유럽이다. 너무 거창하게 않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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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 재난

보통 다뤄지는 지진, 해일, 폭풍, 기후 변화와는 다르게 우주재난은 전지구적이다. 소규모 전문가 집단을 제외하고는 재난에 대응하지 못하고 단지 기도하며, 운명을 받아들이는 수준이다. (영화 말미에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라디오를 들으며 환호하는 장면으로 끝난다거나 그렇다.) 우주로부터의 재난이 닥쳐왔을 때 이를 과학과 인간의 희생으로 풀어갔던 영화(아마겟돈), 가족애로 마무리했던 영화(딥 임펙트) 등이 대표적이다. 우주인이 습격해오는건 따로 다룰만한 장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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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겟돈 (1998) – 블럭버스터 재난 영화의 표준이다. *****
  • 딥 임팩트 (1998) – 재난과 가족애 조합의 시초같은 영화다. ****
  • 선샤인 (2007) – 태양이 죽었다. 소재가 신선하다. 우주선 디자인이 신선하다. ***
  • 클로버필드 – 패러독스 (2018) – 공격도 있고, 재난도 있다. JJ 형님 영화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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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부터의 공격

외계인이 공격해오는 스토리는 사실 굉장히 오래된 이야기다. 그만큼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다루어진 장르다. 하지만 인디펜던스데이와 디스트릭트9 정도를 제외하곤 대부분 여름 휴가 시즌을 겨냥한 오락 영화 수준이다.  그만큼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잘 만들어지기 어려운 장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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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디펜던스데이 (1996) – 외계인과의 전면전을 다룬 최초의 블럭버스터. ****
  • 우주전쟁 (2005) – 마무리가 아쉽다. ***
  • 클로버필드 (2008) – JJ의 떡밥들. 몰입감은 엄청나다. ****
  • 디스트릭트9 (2009) – 남아공 영어는 발음이 참 특이하다. 영화는 역대급. *****
  • 스카이라인 (2010) –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
  • 월드인베이션 (2011) – 바다에 착륙하는 장면은 참신했다. **
  • 슈퍼8 (2011) – 호불호가 갈린다. ***
  • 더씽 (2011) – 이 장르는 아무나 만들면 안된다. **
  • 베틀쉽 (2012) – 뭔가 이상한 전개와 무기체계. 진부한 마무리까지 **
  • 컨텍트 (2016) – 재닌영화는 아니지만 인생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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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재난 영화의 꽃은 사실 좀비에 대한 이야기다. 좀비 영화를 구분하는 방법은 다양하나, ‘좀비의 능력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도 좋다. 좀비가 지능이나 사회성을 가지고 있는지(나는 전설이다), 뛸 수 있는지 (28일후), 인간보다 월등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월드워Z)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사실 초창기 좀비들은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대부분 ‘어기적’ 걸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뛰기 시작했고, 일부는 지능을 가지고 사회를 구축했다. 좀비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죽은자가 움직이거나’, ‘누군가의 조종을 받을 수 있다는’ 전통적 관점에서 벗어나, 그들은 또다른 형태의 인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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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에게 좀비 영화를 몇 편 꼽아달라고 한다면, ‘새벽의 저주’와 ’나는 전설이다’, ’28일후’, ‘월드워Z’를 추천한다. 특히 ‘나는 전설이다’와 ‘월드워Z’는 영화를 본 후 반드시 원작을 읽어보길 권한다. 영화가 주는 시각적 이미지를 기억한 상황에서 소설을 읽으면 훨씬 더 풍부하게 장면들을 상상할 수 있다. 영화를 어느정도 본 다음에는 ‘워킹데드’로 마무리하면 된다. 마치 2차 대전 영화를 본 후에 ‘밴드오브브라더스’로 마무리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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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지던트이블 (2002) – 시리즈 전체는 호불호가 있지만, 첫 편은 가히 명작이다. ****
  • 28일후 (2003) – 뛰는 좀비의 시작. 일단 재밌다. *****
  • 새벽의 저주 (2004) – 좀비 영화도 명작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 *****
  • 나는 전설이다 (2007) – 소설이 더 훌륭하나, 영화도 그에 못지 않다. *****
  • 28주후 (2007) – 28일후의 속편이나, 독립된 스토리다. 이것도 재밌다. ***
  • 워킹데드 (2010) – 좀비계의 ‘밴드오브브라더스’ *****
  • 월드워Z (2013) – 좀비 영화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 ****
  • 부산행 (2016) – 웰메이드 장르 영화의 시작이다. ***

그 외에도 많다.

  • 새벽의 황당한 저주 (2004) – 생각보다 재밌다. ***
  • REC (2007) – 어찌보면 지루하지만, 신선하다. 1인칭 시점의 좀비 영화. ***
  • 플래닛테러 (2008) – 호불호가 명확하다. 좀비물로 만든 B급 감성 ****
  • 좀비랜드 (2009) – 난 무척이나 재밌게 봤다. *****
  • 웜바디스 (2013) – 로맨스물이라니. 의외로 재밌다. ****
  • 래버너스 (2017) – 캐나다산 좀비물은 참, 후지다. *

아직 보진 않았지만 곧 보려는 영화들

  • 다이어리 오브 더 데드 (2007)
  • 더 데드 (2009)
  • 호드 (2009)
  • 데드 스노우 (2009)
  • 악마의 놀이터 (2010)
  • 크레이지 (2010)
  • 최후의인류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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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전염병

사실 바이러스, 전염병 영화는 좀비 영화와 어느정도 맞닿아있다. 좀비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바이러스와 전염병이라는 환경을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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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웃브레이크 (1995) – 전염병을 제대로 다룬 최초의 영화다. 지금봐도 훌륭하다. ****
  • 12몽키스 (1995) – 시대를 앞서간 영화. 여러번 봐야 이해되는 장명들이 있다. ***
  • 칠드런 오브 맨 (2006) – 훌륭하다. 장르영화로 치부할 수 없는 명작이다. *****
  • 컨테이전 (2011) – 전염병 영화도 한단계 진화한다. ***
  • 감기 (2013) – 메르스 이후 역주행. 언제나 현실이 영화보다 스펙터클하다. ***
  • 더 라스트쉽 (2014) – 밀리터리와 재난/전염병의 훌륭한 조합. 키로프가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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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멸망

위의 모든 주제와 유사하나 살짝 다른 (이유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지구 멸망’ 스토리 장르도 있다. 핵전쟁, 전염병, 외계인의 침공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론은 ‘우리가 멸망한’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다만 암울한 지구 멸망의 분위기를 그려낸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멸망후 지구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액션으로 다룬다. 아마 ‘일단 인류는 한번 멸망했고, 이젠 아무것도 남은게 없으니 내 맘대로 세상을 그려보겠다’는 감독의 의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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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E (2008) – 훌륭하다. ****
  • 더 로드 (2009) – 원작에 충실한 영화 전개, 지구 멸망 주제에 가장 적합한 영화 ****
  • 터미네이터 (2009) – 아놀드보다 낫다. *****
  • 혹성탈출 (2011) – 또 하나의 레전드 시리즈. ****
  • 메이즈러너 (2014) – ‘민호!’는 강렬하다. 속편은 보지말자. ***
  • 매드맥스 (2015) – 멸망이 무색할만큼 신난다. *****
  • 터미너스 (2015) – 핵전쟁, 외계 문명, 인류 멸망의 조합, 이상하다. **
  • 종말의끝 (2018) – 아름다운 드라이브 영화, 지구가 멸망해도 미국의 자연은 아름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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