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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주 동일한 주제로 글을 쓰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안목있는 컬럼도, 전문 지식을 자랑하는 논문도 아니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아기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기록하는 짧은 글도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이번주엔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있었고, 인면조와 드론, 상의를 탈의한 퉁가의 크로스컨트리 선수를 보며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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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학교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구가 몇 년 전인가 이런 얘기를 했다. 아마 맥락은 ‘뭔가 새로운 취미를 갖거나, 직업이 아닌 다른 분야를 공부해보면 어떨까’ 같은 대화였을 것이다. 그 때 친구는 ‘이젠 내 세대가 끝난거 같고, 그냥 애들이나 잘 키우면서 살겠다’는 얘기를 했다. 내가 결혼한지 오래되지 않은 시점이었으니, 그 당시 우린 삼십대 중반에 채 못미치는 나이였다. 그 친구의 성향도 있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직업군에 있는 친구라 그럴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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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일이다. 동시에 다음 세대가 태어났다는 사실이 주는 우울함도 있다. 새하얀 피부와 천진난만하게 웃고, 울고, 먹고, 자는 아기에 대한 부러움일까. 20대의 연장선에 있던 30대에서, 40대를 생각하는 30대가 되었다. 오늘과 이번달이 아니라 올 한 해를 생각하게 되고, 다음 10년을 생각하게 된다. 시간을 인식하는 방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최근에 읽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나 ‘플래시 포워드’ 같은 소설이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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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내에 대한 생각도 든다. 엄마라는 역할이 시작된 나의 아내는 생활 전체가 변했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기회가 될 때마다 가끔씩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 작년 언젠가 집에 페미니즘 관련 책들이 몇 권 들어왔다. 남편으로서 현실적으로 생겨나는 감정 기복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퇴근한다는 것이 ‘힘들게 일하고 드디어 집에 온 것인지’, 아니면 ‘육아에 지친 아내를 집에 혼자 두고 이제서야 돌아온 것인지’ 말이다. 주말에 가끔씩 혼자 아기와 함께 있다보면 사실 답은 금방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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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연휴다. 그리고 겨울이 거의 끝나간다. 한달만 있으면 야구 시즌도 시작된다. 함께 산책하고, 야구장도 가고, 즐거운 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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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사진보단 동영상으로 찍는게 더 재밌는거 같다. 사진은 많이 찍어도 사실 잘 안보게되는데 동영상은 은근 꿀잼이다. 그냥 자고 있는 모습만 영상을 봐도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