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여행지를 고르는게 취미였던 시절, 내가 생각하는 몇 개의 이상적인 여행지가 있었다. 어떤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도시의 이름이나 지역이 주는 판타지 같은게 더 크다. 사마르칸트나 카쉬가르, 티벳, 하바나 같은 곳이 그렇다. 이런 곳들은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다 가보게 되었다. 하지만 몇 군데의 나라는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사태로 인해 출입이 금지된 곳이고, 그 중 하나가 시리아다.  그러다가 최근 넷플릭스에서 ‘화이트 헬멧’이란 짧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리고 몇 가지 질문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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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내전이 시작되었는가
  • 누가 시민들의 편인가
  • 미국, 러시아, 그리고 외국 군대는 누구와 싸우는가
  • 이슬람국가와의 관계는 무엇인가
  • 아랍의 봄과는 어떤 관계인가
  •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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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에 관한 책을 본 적이 있다. 서문에 이런 말이 있다. 이 시절 스페인에는 20세기를 관통한 모든 정치 세력과 이데올로기가 서로 이합집산했다고 말한다. 무정부주의, 공화당, 민주주의, 국제 시민 연대, 공산주의, 파시스트, 카톨릭, 지주, 군부, 사회주의가 편을 가르며 싸웠다. 이렇게 들으면 누가 누구와 손을 잡았을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시라아도 왠지 비슷한 것 같다. 일단 시리아의 등장인물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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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 정부군
  • 시민
  • 시아파
  • 수니파
  • 기독교
  • 쿠르드족
  • 터키
  • 레바논
  • 이스라엘
  • 이란
  • 사우디
  • 러시아
  • 미국
  • 이라크
  • IS (이슬람국가-ISIL)

딱 봐도 겁나 많다. 물론 구분 기준이 서로 중복을 피하거나, 배타적인 의미는 아니다. 그러니까 대충 막 나눴다는 뜻이다. 일단 대결 구도는 이렇다.

  • 독재 정권과 시민의 대결
  •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결
  • 모두와 이슬람 원리주의자의 대결
  •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
  • 국가간 동맹, 영토로 인한 이해관계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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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다. 여기까지 쓰면서 난 아직 시리아 내전에 대해 어떤 글, 뉴스, 서적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 일단은 그냥 알고 있는 내용을 써본 후에 하나씩 내용을 찾아볼 생각이다.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육아에 전념해야하는 사람으로서, 시간이 많지 않다.) 대충의 스토리는 이렇게 흘러간다. 일반화시킬수는 없지만 중요한 지리적 위치에 있는 나라들은 비슷하게 흘러간다.

  • 정부에 반대하는 시민의 등장
  • 점점 늘어나는 시위대, 전국적인 확장
  • 불안해진 정부는 군대를 동원하여 진압을 시도
  • 시위대 역시 무장을 시작하며 대응, 간헐적 전투 발생, 사상자 증가
  • 해외 공관 대피, 외국인 저널리스트 추방
  • A) 국외의 어떤 세력이 시민군 지원
  • B) 시민군이 정부군 압도
  • C) 국외의 어떤 세력이 정부군 지원
  • D) 정부군이 시민군 압도
  • A. B. C. D. 무한 반복. 국가는 초토화. 대규모 난민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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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A와 C에서 말하는 ‘어떤 세력’이 정치적인 관계만 의미한다면 이 내전은 생각보다 금방 끝나거나(리비아), 국제 사회에서 잊혀진채 영원히 지속된다. (소말리아) 하지만 여기에 종교가 추가되면 전혀 다른 스토리가 전개된다. 시리아의 시아파 정부가 시민군에 의해 수세에 몰렸다. 그 상황에서 시아파의 아버지 국가인 이란이 참전 안할 수 있을까. 수니파 시민군이 정부군에 학살당한다면 수니파의 아버지인 사우디는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다. 이슬람 내부 분쟁이든, 외세와의 싸움이든 ‘형제애’를 강조하는 이슬람이 개입된 내전은 국제전의 성격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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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은 책에 이런 얘기가 있다. 질서있는 독재가 무질서한 민주주의보다 절대 다수의 일상 생활에는 좋을 수 있다. 이 문구를 여행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폭압적인 독재 국가가 ‘길가다 강도를 만날 수 있는’ 현대의 민주주의 국가보다 더 안전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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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리아 내전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보고 싶다는 의미만으로 오늘 할 일은 다한것 같다. 시간나면 하나씩 살을 붙여보자. 그리고 내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사실들이 어디까지 진실이었는지 확인해보자.

Map_of_the_Syrian_Civil_War,_January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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