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너무 느끼한 음식들을 먹었더니 저녁은 시원한게 필요했다. 아내와 난 별 고민없이 ‘평양냉면’을 외쳤고, 어딜 갈지 고민했다. 이런저런 유명 냉면집들을 얘기하다가 집 근처에 있는 봉피양에 가기로 했다. 아직 봉피양은 돼지고깃집 느낌이 강하지만, 사실 여느 냉면집보다 훌륭하다.
평양냉면에 대해 잘 모르지만, 꽤나 열심히 먹긴 했다. 그래서 몇 개 기억나는 냉면집들을 정리해본다. 사실 나 역시 유명하다는 집들을 중심으로 갔기 때문에, 흔히 블로그에서 얘기하는 ‘3대 냉면집’, ‘5대 냉면집’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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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래옥
처음으로 먹었던 평양냉면이다. 너무 인상적이었고, 그래서 일본 대학과의 교류 행사 때 여길 다들 데려갔던 기억이 있다. 일본 대학생들에게 냉면을 설명하고, 맛있다고 동의해달라고 강요했다. 그 때는 너무 가격이 비싸서 냉면 이외의 메뉴는 생각도 못했는데 (사실 지금도 비싸진 마찮가지) 다른 메뉴들도 훌륭하다. 주차가 편하고, 종업원도 친절하다. 일단 육수가 가장 입에 잘 맞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냉면집이다.
서울에서 1946년 문을 연 ‘가장 오래된 평양냉면집’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 곳에는 아들, 손자, 며느리와 함께 온 어르신들이 많다. 우래옥의 평양냉면은 동치미를 섞지 않고 소고기만으로 우려낸 육수와 메밀향이 깊게 묻어나는 면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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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구 주교동 118-1
전화 02-2265-0151
메뉴 : 냉면 11,000원, 온면 11,000원
영업 11:30~21:30(월요일 휴무)
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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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밀대
을밀대는 공덕역 근처에 있다. 냉면과 함께 녹두전을 판다. 우래옥의 냉면이 너무 차갑지 않게 먹는 물냉면이라면, 을밀대의 냉면은 아주 차갑게 먹는다. 그래서인지 여름날 점심으로 먹기 좋다. 면은 메밀에 고구마 전분을 7:3 비율로 섞어 쓴다고 한다. 그리고 을밀대의 면발은 다른 냉면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약간 꼬불거리는 모습에, 식감도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냉면도 좋지만 녹두전과 수육이 맛있는 집이라고 생각한다. (냉면은 면발이 특이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아주 특별하지 않다. 맛은 있지만 굳이 멀리서 찾아갈 정도는 아니라는 정도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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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147-6
전화 02-717-1922
메뉴 : 냉면 9,000원, 회냉면 12,000원,
녹두전 8,000원, 수육 25,000(小)~50,000원(大)
영업 11:00~22:00 (명절 휴무)
주차 불가 (완전 골목길이라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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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면옥
장충동에 위치한 평양면옥은 호불호가 갈린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집이다. 맑은 육수는 ‘평양냉면의 특징’이라고 이해하더라도, 좀 성의가 없다. 싱거운데 좀 짜다는 느낌도 들고, 육수가 갖는 깊은 맛도 없다. 비빔냉면도 다른 집에 비하면 좀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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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중구 장충동1가 26-14
전화 02-2267-7784
메뉴 : 냉면 11,000원
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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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피양
일단 성의가 있다. 그리고 최근에 생긴 집이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맛있다. 평양냉면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집에서 먹어야한다는 편견을 깨준다. 물론 봉피양의 냉면은 ‘평양냉면의 산증인’이라고 불리는 김태원 조리장이 만든다. 냉면 장인의 맛이다. 봉피양 냉면은 고기 국물에 동치미를 혼합해 육수를 낸다. 동치미 맛을 유지하는게 어렵다고 한다. 메밀과 전분의 반죽 비율이 7:3이고, 메밀 100% 순면은 1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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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205-8 (방이동 본점)
전화 02-415-5527
메뉴 냉면 11,000원, 순면 15,000원
영업 11:00~21:30(연중무휴)
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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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라도
좋은 음식점이다. 이제 처음 가보았으나 냉면은 훌륭했다. 온반도 훌륭하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가족과 함께 갔을 때의 지배적인 평가는 ‘같이 나오는 김치가 매우 매우 훌륭하다’는 것이다. 심심한 냉면 국물과 시원한 백김치는 훌륭한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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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883-3
전화 031-781-3989
메뉴 – 냉면 12,000원, 비빔면 12,000원, 온반 12,000원
영업 – 오전 11시 30분 – 오후 9시
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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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면옥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음식점이지만 그 대상이 냉면은 아니다. 이 집에서는 늘 어복쟁반 같은 음식을 시켜 술안주로 삼았다. 그래서인지 남포면옥을 냉면집으로 생각해본적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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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면옥
나에게 강서면옥은 일하다 저녁먹는 음식점 중 하나였다. 기억에 남을만큼 힘든 프로젝트를 시청역 근처에서 진행했고, 일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해소했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그 당시 먹었던 음식들은 다시 찾지 않게 되었다. (나에게 시청, 광화문, 여의도의 음식점들이 그렇다.) 하지만 다시 꼼꼼히 생각해보면 여기 냉면은 우래옥 만큼이나 내 입맛에 잘 맞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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