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비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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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아내와 ‘우리에게 소울 푸드는 뭘까’ 물었다. 아내는 곰탕이라 대답했고, 나 역시 ‘탕’에 동의했다. (이름에 ‘국’이 들어가는 순대국이나 해장국도 난 ‘탕’이라 생각한다.) 그러다가 요즘들어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국이나 탕도 충분하지만, 좀 더 집밥의 의미로서 소울 푸드를 생각한다면 난 비빔밥이라 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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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3년반이 지났다. 그 동안 다양한 집안일에 적응해왔고, 그 중 요리를 포함한 부엌일은 꽤 좋아하게 되었다. 자, 그럼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음식 중 가장 오래걸리고, 맛있게 만들기 어려운 음식은 뭘까? 난 단연코 비빔밥이라 얘기할 수 있다. 이보다 어려운 음식은 아직 집에서 시도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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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은 많은 나물류 반찬을 한번에 넣고, 계란 부침을 얹고 참기름, 김가루, 깨 등을 넣고 비벼 먹는 음식이다. 그렇기에 기본이 되는 나물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각 나물은 재료의 준비, 손질, 조리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시간도 적지 않게 걸린다. 결론적으로 비빔밥을 먹기 위해 나물을 조리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같은 의미로 김밥이 있다.) 그래서 많은 집에서 비빔밥은 남은 반찬을 있는대로 집어넣고, 상황에 맞게 비벼 먹는 음식을 의미한다. 반찬이 충분하다면 고추장이나 양념, 계란 없이도 충분히 아름다운 맛을 낸다. 좀 싱거울 때만 약간의 고추장을 넣거나, 젓갈류를 함께 먹는다. 가스불을 켜지 않고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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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막 비벼낸 비빔밥은 집의 모든 맛을 보여준다. 부모님이 보내주신 된장맛부터 시작해서, 집에서 만든 나물과 처가에서 만든 수많은 반찬들이 조화를 이룬다. 심지어 오늘의 반찬 중에는 아내의 외할머니가 대구에서 보내주신 머위라는 나물도 있다. 오늘은 점심으로 파스타를 할 지, 스테이크를 구울지, 볶음밥을 할지 고민하다가 슥슥 비볐다. 생각보다 아름다운 맛이 났고, 만약 누군가 나에게 소울 푸드가 뭐냐고 묻는다면 집에 있는 반찬들을 비빈 밥이라고 대답할할 것 같다. 기분 좋은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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