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대한 짧은 메모

#1.

이재명을 실제로 본건 재작년 촛불집회 때였다. 난 청계천을 따라 광화문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대로와 청계천이 만나는 동아일보 사옥 근처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이런 공간에서는 나의 의지보다는 인파가 흘러가는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 흘러가는 사람들을 거슬러 한 무리의 인파가 이동하고 있었고, 이들로 인해 그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무리의 한 가운데 이재명이 있었다. 탄핵이 있고, 민주당의 경선이 치뤄지던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재명, 안희정, 박원순 모두 훌륭한 민주당의 자산이다. 하지만 탄핵으로 엉망이된 나라를 끌고 가려면 이론의 여지 없는 필승 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잘 하는 것보다 못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직과 경험을 갖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오르고, 그가 만들어가는 정상적인 대한민국에서 이재명, 안희정 같은 젊은 대권주자들이 자신들의 색깔을 완성시키길 바랬다. 변해가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서로 다른 색깔의 완성된 후보가 준비되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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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람대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예상과는 다르게’ 그는 정치, 외교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인이 갖춰야할 거의 모든 덕목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이재명, 안희정, 박원순, 굳이 추가하자면 안철수나 홍준표 같은 ‘대안’들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문재인 후보와 호각을 다투며 경쟁했던 후보들이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그들은 어느정도 대선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렸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다급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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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지만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폭로와 갈등, 이견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선후 관계를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미투운동으로 #안희정 지사의 정치 생명이 끝났고, 연이어 #정봉주 전 의원의 서울 시장 출마도 무산되었다. 사실 이 때까지만해도 개인의 잘못이 미투운동이라는 사회적 물결을 타고 조명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꼼수 측에서 얘기하는 음모론에 어느정도 동의했다. 결국 민주 진영이라 일컫는 사람들은 인류 보편의 정의보다, 자신들이 속해있는 집단의 정의를 따라간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적이 분명했던 지난 9년간의 시간동안 그들은 ‘선명했고’, 그래서 사람들은 ‘속시원했고’, 그들을 민주 진영의 리더로 ‘인정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후 그들이 지닌 장점들은 부각되기 어려웠고, 오히려 그들이 지닌 한계들이 드러났다. 그러면서 #해경궁김씨와 배우 #김부선이 등장했다. 언젠가부턴 #이재명 낙선 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이재명 대신 #남경필 후보를 찍어야한다는 얘기가 광범위하게 들린다. 참고로 난 서울 시민이다. 경기도 지사에 대한 투표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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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일단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 이재명 시장은 불거지는 의혹들에 대해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사실 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아깝기도 했다. 이 모든 의혹들을 검증하기에는 시간이 짧았다. “일단 1번 찍고, 설명은 나중에 하겠다.”는 선거 독려도 등장했고, “남경필이 차라리 낫다”는 얘기도 꽤나 힘을 받고 있다. 결국 어떠한 해명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방선거는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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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국 이재명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었다.

아쉬웠다. 문제가 있거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의심되는 후보가 경선을 통해 후보가 되었을 때, 이를 번복할 방법이 없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없었다. 당의 지도부는 이 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다루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사실 관계 확인에 있어 이번에도 언론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개인이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 그러기에 우린 너무 바쁘다. (게다가 난 경기도민이 아니라 살짝 한발 물러서 있었던 것도 있다.)

결국 정치는 그 나름의 이해관계를 갖는 사람들이 해나가는 일이고, 그래서 너무 한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감정이입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냥 지지했다가 흠이 발견되면 주저없이 지지를 철회하고,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는게 답인것 같기도 하다. 한번 하자가 발견된 정치인을 굳이 다시 지지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유권자가 주인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갑질 좀 하면 어떤가. 수년이 지나고 이재명은 어떤 정치인이 되어있을지 매우 유심히 지켜볼 생각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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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선거가 있던 즈음에 썼던 글인데 이제서야 올린다. 동계올림픽으로 시작한 2018년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회담, 지방선거, 그리고 월드컵까지 참 많은 일들이 생기고 있다.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이나믹 코리아’는 정확한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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