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이라는 특수한 주제 때문에 알려지기 시작한 나라, 예멘이다. 대학 시절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동경과 여행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예멘과 아프가니스탄, 시리아는 버킷리스트였다. 운좋게 아프가니스탄은 여행할 기회가 있었지만, 예멘과 시리아는 더 이상 여행할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인생은 역시나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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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에는 뭐가 있을까
사막의 멘하탄
한 나라의 존재 이유를 유적이나 관광지로 표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행자의 입장이라면 어느정도 받아들일 수 있겠다. 아프가니스탄을 가기로 결정했던 것도 ‘Minaret of Jaam’이라는 기이한 유적 사진을 보면서부터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예멘을 처음 접한 이미지는 시밤(Shibam) 이라는 도시다. 사막의 멘하탄이라 불리우는 오아시스 도시다.
흙으로 쌓아올린 10층 높이의 ‘고층’ 빌딩들이 요새화된 성곽에 둘러싸인 형태로 조성되었다. 16세기에 개발되었고, 완전히 계획된 도시로 만들어졌다. 1982년,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
사진을 보면 1층에는 창문이 거의 없는 구조로, 이 건물들이 그 자체로 방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성곽으로 방어하는 개념뿐 아니라 건물 그 자체가 방어적 시설로 설계된 것이다. 이는 중국의 ‘토루’와 유사하다. 토루는 중국 남부 푸젠성과 광동성에 사는 객가족의 전통 가옥으로,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가족 집단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로 건축되었다. 국내 다큐멘터리에 소개되면서부터 많이 알려진 전통 가옥이다.
하지만 이 곳을 여행하던 한국인들이 피랍, 살해되면서 예멘은 여행금지국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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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항
두번째로는 ‘모카’라는 도시에 있다. 일단 예멘의 위치부터 확인해보자. 중동-아시아의 서쪽 끝에 위치해있으면서, 아라비아 반도 서남부에 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까운 아시아의 도시이자, 인도에서 유럽으로 가기 위한 중간에 위치해있다. 지중해로 들어가는 관문이자, 인도양의 중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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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커피는 아랍 지역의 수피들에서 시작되었다. (수피는 이슬람의 한 종파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교리 중심의 종교에서 벗어나, 신과 만나기 위한 수행과 여러 제의를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환각’은 꽤나 긍정적인 매개체로 인식된다. 약간 히피와 유사한 느낌이다.) 그들은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잠에서 깨어나기 위해 커피를 음료로 마시기 시작했고, 그 커피들은 에티오피아, 케냐 등 북아프리카 동해안에서 생산된 상품들이었다. 즉, 무역항이었던 모카는 아프리카에서 생산된 커피를 유럽으로 판매하는 최고의 장소였다.
예멘의 서부 산악지대에서 재배된 커피와 에티오피아 커피가 모카 항에 모여 영국, 네덜란드로 팔려나갔다. 그래서 커피를 처음 접한 유럽인들은 커피를 모카와 동일시했고, 현재까지도 명확한 구분없이 사용된다. 속설에 따르면 모카항에서 수입된 커피의 가격이 워낙 비쌌기 때문에, 모카항에서 수입된 커피와 ‘비슷한 맛’을 내는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고, 그 결과가 초콜렛을 넣은 ‘모카 커피’와 모카향을 내는 ‘모카 포트’라는 얘기가 있다. 실제로 모카 포트를 사용해서 커피를 만들면 드립 방식보다 탄 맛이 강하고, 원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일정한 커피맛을 낸다. 이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커피 애호가 부들이 써놓은 글이 많다. (링크)
한 때 잘나가던 모카항은 이제 없다. 그냥 시골 어촌 마을 수준이다. ‘예멘 모카 마타리’ 정도가 그 시절의 영광을 이어가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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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 아덴만, 분단국가, 내전, 난민
‘아덴만’도 꽤나 낯익은 단어다. 아덴이 예멘의 도시이니까, 쉽게 얘기하면 예멘 앞바다 정도의 의미다.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피랍된 선박을 구출해낸 작전으로 알려졌다. 이 곳은 막장 중의 막장이라고 불리우는 소말리아 앞바다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예멘은 ‘한국과 함께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라는 칭호로도 유명했다. 하지만 이젠 통일 상태다. 물론 이 통일은 결국 최악의 내전으로 이어졌고 수많은 난민을 만들어냈다. 과거에 잘나갔지만, 식민지배를 받았고, 시아-수니간 종파 갈등이 심각한 ‘일반적인’ 중동의 국가다. 그리고 현재는 그 상태가 꽤나 심각하다. 예멘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 비해 덜 알려져서 그렇지 악명높은 후티 반군과 심각한 수니-시아 내전을 겪고 있다. 수니-시아 내전을 겪는 모든 아람 국가가 그렇듯, 이란-사우디의 대리전 양상을 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한국제 무기와 북한 무기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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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에 대해 뭘 알아볼까
일단 예멘의 초기 역사에서 시작해서, 당연하게도 이슬람이라는 종교에 대해서도 살짝 알아보자. 그 후에 예멘이 어떻게 근대 국가로 변화해왔고, 열강의 식민지 시대를 어떻게 겪었는지 확인해보고자 한다. 그 후에야 현재 예멘이 처해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군벌 세력들, 그들간의 치열한 내전을 살펴보려고 한다.
참고로, 이 모든 글은 이제부터 글을 찾아보고, 읽어보며 정리하는 메모에 가깝다. 특별히 예멘 역사를 잘 알거나, 특별한 인사이트가 있는건 아니다. 따라서 내용은 빈약할 것이고, 잘못된 내용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무위키보다는 정확하고 충실한 내용을 담아보려고 한다.
아래는 예멘에 대한 사진들이다. 한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심이 있어야하고, 그 시작은 매력적인 그 나라의 사진들을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