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음식점을 가면 특이한 것 중 하나가 메뉴판에 위스키 리스트가 있다는 것이다. 대만과 위스키, 꽤나 낯선 조합이긴 하지만 카발란(Kavalan)의 등장으로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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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도수가 매우 높다. 57.1%. 이게 위스키의 도수가 맞나 싶다. 카발란의 도수가 높은 것은 기후적 특징 때문이다. 더운 날씨로 인해 매년 증발하는 위스키의 양이 타 지역 대비 어마어마하다. 이를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 부른다. 오크통 속의 위스키 원액은 평균적으로 1년에 전체 용량의 약 2%가 자연 증발한다. 연식이 높아질수록 가격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이유가 바로 이 증발량 때문이다. 기다림의 시간, 그리고 증발될수록 줄어드는 위스키의 양을 생각하면 700ml 한 병에 몇 만원이라는 가격은 그리 높지 않을 수 있다.
대만은 앞서 얘기한대로 증발량이 높다. 읽어본 어느 글에서는 10% 내외가 매년 증발(!)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대만의 대표 위스키인 카발란은 두 가지 특징을 가진다. 하나는 도수가 높다는 것, 그리고 두번째는 연식이 짧다는 것. 그래서 보통은 연식을 표기하지 않는 NAS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 신생 증류소이기 때문에 높은 연식의 원액이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높은 증발량으로 인해 낮은 연식임에도 불구하고 숙성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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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쉐리 케스크답게 색이 매우 진하다. 그만큼 쉐리 특유의 향이 매우 강하다. 국내에도 정식 판매가 시작되었는데, 가격이 20만원을 넘는다. 마무튼 마셔보자.
맛이 매우 풍부하다. 높은 도수이기 때문에 물이나 얼음과 함께 마시는게 좋다. 과일향이 매우 강하고, 어떤 면에서는 포트와인을 처음 마셨을 때의 느낌같다. 발베니나 야마자키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위스키를 선호한다면 이 위스키는 과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위스키를 좋아하고, 다양하게 접해본 분들이 새로운 맛을 원한다면 마셔볼만하다.
개인적으로 가격대비 좋은 위스키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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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카발란은 마치 은하영웅전설에서 ‘라인하르트’, ‘키르히아이스’ 같은 독일식 이름을 사용한 것처럼 서양 느낌을 내기 위함은 아니다. 증류소가 있는 대만 지역의 원주민 종족 이름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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