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 충실했지만 아쉬운 리메이크

프랑스 원작 영화인 위험한 만찬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난 원작을 넷플릭스로 먼저 보았고 완벽한 타인은 오늘에서야 올레TV로 보았다. 리메이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한국판 ‘위험한 만찬’이라 보는게 더 맞겠다. 주요 대사, 설정, 장면까지 대부분이 동일하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사회적으로 자리잡은 40대 중반의 남녀가 모인다. 정신과 의사와 성형외과 의사 커플, 레스토랑 주인과 수의사 커플, 변호사와 주부 커플, 그리고 이혼하고 직장을 찾고있는 전직 학교 선생이 한 자리에 모인다. 남자들은 오랜 고향 친구고, 이들 커플은 서로에 대해 꽤나 잘 알고 있다. 저녁 식사를 시작하며 ‘핸드폰으로 온 전화, 문자, 이메일을 서로에게 공개하는’ 게임을 시작하게 되고, 그 내용들로 인해 서로는 서로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알게된다. 설정은 단순하지만 이정도만으로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유해진, 염정아, 김지수, 이서진이 나온다.

원작은 ‘퍼펙트 스트레인저스’라는 소설이고, 두 영화 모두 이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소설을 보지 않은 상황에서 두 영화만 보았기에 한국판이 프랑스판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인지, 소설의 한국판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두 나라에서 만든 같은 영화를 함께보는 것은 꽤나 흥미롭다.

영화는 완성도가 높다. 원작에 충실했고, 지루할틈 없이 스토리가 빠르게 전개된다. 다만 캐릭터가 지닌 날카로움이 너무 한국적으로 뭉게져 표현된 것이 아쉽다. 의사 부부의 딸은 위태로워 보이지 않고, 부모와 대립하는 스무살이기에 너무 바르다. 이혼한 선생님의 심리적 고통 또는 사회적 고립이 너무 부드럽게 표현되었고, 결정적으로 변호사의 아내인 주부 역할의 캐릭터가 마지막에 가서 무너졌다. 가장 아쉬운 것은 결말이다. 결국 게임을 통해 불거진 수많은 상처들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의 우정은 유지될 것이고 가정의 평화 역시 지켜진다고 말이다.

마지막 장면이 기관이다. ‘머리 새로 한게 전보다 낫다’는 변호사 남편의 한마디에 뛸듯 기뻐하는 모습은 이 영화가 비록 원작에 충실했으나, 지나치게 한국적인 이야기 전개를 따랐다는 것을 보여준다. 완벽한 타인을 재밌게 보았다면 프랑스판 위험한 만찬도 보는게 좋다. 같은 내용을 조금 다른 분위기에서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아무쪼록 ‘맨 프롬 어스’류의 둘러앉아 대화하면서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영화는 언제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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