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kingdom) 시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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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만들어진 첫 번째 한국 드라마다. 이미 넷플릭스 작품에 등장하며, 얼굴을 알렸던 배두나가 등장하고, 광해를 통해 목소리 굵은 조선시대 중신의 아이콘 류승룡이 있다. 류승룡과 대척을 이루는 인물로는 주지훈이, 그의 주변인으로는 김상호, 허준호, 진선규, 전석호와 김성규가 등장한다. 이름만 들어서는 얼굴이 선뜻 떠오르지 않을 수 있으나, 얼굴을 보면 매우 친숙한 배우들이다. 사극답게 얼굴이 알려진 좋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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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미 알려진바와 같이 본 시리즈는 좀비물이다. 좀비의 캐릭터 설정을 보자면, 1) 물리면 감염되며, 감염된 이의 시체를 먹어도 감염된다. 끓이거나 조리해도 감염을 피하지 못한다. 2) 감염되면 즉시 사망한다. 사망과 동시에 좀비로 재탄생한다. 채 30초가 걸리지 않는다. 3) 머리가 잘리거나, 목 또는 입 부위를 관통달하면 완전히 사망한다. 4) 사람이나 목표물을 인지할 수 있고, 목표물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다. 장애물을 통과하거나, 상호 협력이 가능한지는 정확히 나타나지 않는다. 사실 여기까지는 기존의 좀비물과 매우 유사한 설정이다. 가장 큰 차이는 5) 해가 떠 있을 때는 그늘진 곳에 죽은 듯 숨어있고, 해가 떨어지면 좀비로 활성화된다. 약간 특이한 설정인만큼, 시리즈를 끌어가는 주요 설정으로 보인다.

눈이 아니라 냄새로 인간을 판단하기 때문에 ‘좀비의 냄새를 바른 후에’ 좀비 사이를 걸어간다거나, 인간을 뛰어넘는 운동능력을 갖추고 거대한 벽을 타고 넘는다거나, 지적 능력과 사회적 능력을 보유한 채 상호 협력하는 모습 등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빛을 본 좀비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설정도 아직까지는 없다. 결론적으로 ‘낮에는 죽은 듯 잔다’는 것을 제외하고, 좀비의 설정은 신선하거나 특이하지 않다.

만약 좀비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설정을 듣고, 이 시리즈를 볼 것인지 판단해볼 수 있다. 좀비의 설정이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면, 대량 살상무기나 원거리 저격, 장갑차량을 통한 돌파, 의학적 실험을 통한 해독제 개발 등이 불가능한 조선 시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좀비에 대처할 것인지가 좀비 매니아 입장에서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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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좀비에 대한 조선 사람들의 대응은 꽤나 그럴싸하다. 일반적인 좀비물에 등장하는 ‘낙오된 한 무리’의 개별적인 대응과 ‘국가 시스탬’에 의한 집단적인 대응이 나타난다. 군대가 동원되고, 각종 장애물과 방어 시설들이 등장한다. 시즌 1에서는 본격적인 좀비 vs 인간의 집단적 전투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몇몇 준비 상황을 보면 시즌 2는 전투신 위주로 시작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물리적인 대응 외에 의학적 대응도 나타난다. 배두나가 연기하는 의녀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 의심되는 과거의 의료기록을 살펴보고, 가설을 세우고,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다만 본격적인 의학드라마가 아닌지라, 어딘가에 존대하는 ‘전설의 불로초’를 찾는 수준의 스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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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쉬운 점도 있다. 가장 거슬렸던 부분은 배우들의 대사 처리다. 마치 추운 겨울날 입이 얼어있는 상황에서 발음하는 느낌이다. ‘아바마마’ 같은 단어가 뭉게지고 대사의 리듬도 묘하게 낯설다. 충분히 검증된 배우들이니 연기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완전히 몰입할만큼 훌륭하지는 않다. 전형적이고 억지스러운 캐릭터도 꽤나 등장하고, 좀비의 설정이 디테일하지 않다. 아마도 이 영화는 좀비 vs 인간보다는 인간 vs 인간의 구도를 보여줄 생각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자연을 묘사하는 방식이 신선하고, 전투신도 세련되게 재현했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조선시대의 정치적 암투스토리와 인류보편적인 좀비 스토리를 연결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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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시즌 1을 다 보고난 후에 생각해보면, 좀비에 대한 초반의 아쉬움을 중반 이후의 정치 스토리로 만회했다. 한국의 자연을 묘사하는 방식이나, 전투신을 드론뷰로 처리한 방식도 시각적으로 훌륭했다. 시즌 2가 기다리지는 것을 보면, 킹덤의 시작은 썩 괜찮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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