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깔끔한 하이틴 공포물의 정석

보통의 하이틴 영화에는 운동부 주장, 금발의 미녀, 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주인공, 이들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거나 조장하는 선생님과 부모들, 소심하지만 주인공의 고민을 들어주는 평범한 친구들, 대략 이런 캐릭터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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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도 어느정도 정해져있다.

장난이 괴롭힘이 되고, 누군가는 사고로(?) 죽거나 크게 다친다. 그 경험을 현재의 사건과 교차하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현재 시점에서는 그 때 괴롭힘에 가담했던 모두가 한 명씩 의문사한다. 사건을 파헤치다보면 점점 그날의 진실이 밝혀지고, 괴롭힘을 당하던 주인공의 조용하고 존재감없던 친구가 범인으로 등장한다. 오래된 기억이 오늘의 사건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다양한 추리물의 스토리라인으로 등장한다. 여기에 공포의 소재가 버무려질 수 있다.

고난을 극복하는 스토리도 가능하다. 우연한 인연으로 만난 누군가의 도움으로 주인공은 각성하고, 높아진 자존감 또는 능력치로 현실을 극복해버린다. 스파이더맨 같은 SF 영화의 플롯이면서, 싸움의 기술 같이 지극히 현실적인 버전으로도 등장한다.

하지만 하이틴 배경의 공포물이라면 스토리는 보통 외부의 도살자에서 시작한다. 사연도, 동기도 알 수 없는 살인자가 등장하여 모든 등장 인물을 죽인다. 살아남기위해 발버둥치는 인물의 피묻은 얼굴과 인간의 능력치를 뛰어넘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살인마의 모습이 영화 내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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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는 조금 다르다. 이 영화가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하이틴 공포 영화에 살인마가 등장하지 않고, 어떠한 외부 조력자 없이 주인공 홀로 모든 일을 처리해버린다. 수십년이 지난 후 지난 날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너희로 인해 내 인생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아냐’고 묻지 않는다. 용서를 비는 가해자들에게 어설픈 자비를 배풀지도 않는다. 기다리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바로 그 상황에서 문제들을 해결해버린다. 그래서 답답하지 않고, 영화가 속도감있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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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두를 죽일만한 계기라고 보기엔, 화장실에서의 사건이 조금은 개연성이 낮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나이에 초경을 시작한다는, 그리고 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주인공이 패닉에 빠진다는, 그리고 그 상황에서 모두가 그녀에게 생리대를 던지며 조롱하는 행동이 조금은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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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생리대 사건이 어색했던 이유를 좀 더 생각해보면, 주인공 주변엔 착한 캐릭터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 한 명의 악역과 그녀의 남자 친구를 제외하곤 대체로 나쁘지 않다. 오히려 꽤나 양심적이고 착하기까지하다. 수십명의 학생과 선생, 경찰과 지역 사회까지 그녀를 소외시키는 극단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잘못한 친구는 반성하고, 이를 방조한 선생은 사과한다. 주인공의 캐릭터만에 집중할뿐 그 외의 인물들은 매우 단순하다. 다만, 반성을 했든, 사과를 했든 친구들 대부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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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인공 역할의 배우가 인상적이다. 대놓고 예쁜 배우가 안경하나 쓰고는 ‘못생긴 아웃사이더’ 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배우의 연기도 좋았지만 그녀의 얼굴 자체가 지닌 매력이 영화와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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