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 70주차

.

#아파요

한 주의 시작이 일요일이라면 이번주의 시작은 어마어마했다. 토요일은 둘째 조카의 돌잔치가 있었고, 자리를 옮겨 아버지와 첫째 조카의 생일 파티를 했다. 그리고 저녁엔 자리를 옮겨 처가 식구들과 식사를 함께했다. 즉, 여러 자리를 옮겨다니며 먹었다.

부모가 먹으면 아기도 먹는다. 특히나 어른 음식도 탐내는 어마어마한 식욕의 소유자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돌잔치 자리에선 고기와 야채를 먹었고, 생일 케익을 불러 형네 집에 갔을 때는 포도를 거의 한송이나 먹었다. 그리고 저녁 자리에선 그 나름의 중식을 조금씩 먹었다.

어른들은 잘 먹는 아기를 신기해했고, 각자의 방식대로 포도를, 딸기를, 밥을, 반찬을 먹였다. 다들 성의껏 조리된 음식이라 그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잡았고, 그만큼 다양한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었다. 그리고 밤새 앓으며 토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침대에 토한 자국이 선명했다. 아기는 아기방에서 재우는 우리 집에서는 아기가 밤새 토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정말이지 아찔한 순간이었다. 소리지르며 아침밥을 맞이하던 아기가 축 느러진채 안겨있는 모습은 차마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부모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되었다. 말도 못하는 아기가 아픈 몸을 하고서는 잠시 웃었다가 다시 울었다가, 먹었다가, 토했다가를 반복했다. 일요일 아침이었지만 아기를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의 말은 명확했다. 장염입니다.

.

#70주차의 기록

  • 식사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밥과 반찬을 합쳐서 어른 밥공기 하나 정도를 먹었지만, 이제는 본인 밥을 먹고나서도 빵, 밥, 과일, 요구르트, 치즈까지 가리지 않고 먹는다.
  • 먹는 양이 늘어난 후부터 살이 쪘다. 얼굴도 조금 부풀었고, 배도 더 나왔다. 예전에는 소화가 되고, 배변을 하면 어느정도 배가 들어갔지만, 이젠 아빠 배와 비슷하다. 이런 것까지 닮는 것인가 싶다.
  • “아빠, 빠빠주세요”를 꽤 정확하게 구사한다. 물론 아침에 나를 깨우기 위해서 방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한번만 한다. 나를 깨우고, 밥 달라고 얘기한 후에, 내가 “빠빠 먹자”고 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서 식탁 의자에 앉는다. 아침은 아빠와 함께 먹는 루틴을 만들고 있다.
  • 인형에 대한 애착이 조금씩 생긴다. 잘 때 안고자는 인형도 꼭 챙기기 시작했다.
  • 자랑의 패턴이 좀 더 명확해지고 있다. 절대 절대 머리에 무언가를 쓰지 않았던 아기가 스스로 서랍 속의 머리띠를 찾아 머리에 했다. 그리곤 거울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온 가족에게 보여준다. ‘예쁘다’고 칭찬해주면 다음 사람에게 간다.
  • 돼지갈비는 여전히 잘 뜯어먹는다. 놀라울 따름이다.

.

.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