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엄마없는_일주일동안_아빠는
아내가 일주일간 출장을 갔다. 올해 들어 세번째 출장인데, 이번이 가장 길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다. 이 시간 동안 장인, 장모님이 도와주시고 있고, 어린이집도 잘 다니고 있어서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아침에 아기는 나보다 일찍 일어난다. 안방 침대에서 같이 자거나, 아기방에서 자다가 새벽 즈음에 안방으로 온다. 보통은 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뒤척이다가 방으로 온다. 엄마가 집에 없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그래서 평소보다 아빠를 더 찾는다. 아침에 침대에서 서로 뒹굴거리다가 느즈막히 일어난다. 난 계란과 사과, 요거트 정도의 아침을 만들어 먹인다. 계란과 요거트는 음식이고, 사과는 장난감에 가깝다. 먹다 남은 사과를 계란에 찍어 먹는다거나, 비어있는 요거트 통에 넣고 꺼내보려 끙끙거린다. 아침을 먹는 동안 난 샤워를 한다. 샤워를 마치고 남은 식사를 챙겨주고, 책을 보거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놀게 한다. 그 동안 난 출근 준비를 하고, 마지막에 아기의 옷을 입히고 등원 준비를 한다.
보통은 아내가 아기의 등원을 챙기고, 난 아기에게 아침을 먹인다. 그래서인지 이 두가지를 함께 했을 때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정확히 가늠하지 못했다. 이틀 정도는 일찍부터 준비해서 문제 없었지만, 하루는 완전히 늦어버렸다. 아내는 내가 아기에게 입힌 옷을 보고 ‘패션 테러리스트’라고 했다. 적당한 녹색 반바지와 검정색 티셔츠, 하얀색 양말에 회색 구두면 그럴수도 있겠다.
아침에 아기를 등원시키면 오전에 할 일은 끝이다. 난 회사로 출근해 퇴근 시간까지 일한다. 아기의 하원은 장인, 장모님이 해주시고, 집에서 내가 퇴근할 때까지 아기와 놀아주신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는 정리를 하고, 잠깐 놀다가 같이 그림자 극장을 보며 잔다. 이 때가 대략 10시 정도다. 난 저녁을 먹고, 노닥거리다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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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엄마없는_일주일동안_아기는
생각보다 큰 차이는 없지만 아기는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엄마를 찾거나 보채지 않지만, 약간 시무룩하다. 월요일에 내가 퇴근하고 집에 갔을 때다.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환호성과 애교가 난무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신다는걸 알고부터는 급격히 시무룩해졌다. 놀이에도 흥미를 보이지 않았고, 신나지도 않았고, 그림자 극장을 보며 연신 하품을 했다. ‘삐졌다’는 느낌이다.
아기는 혼자 자기방에서 잔다. 가끔씩 한밤중이나 이른 새벽에 일어나 칭얼거릴 때가 있는데, 엄마가 없는 한 주 동안은 매일 한밤중에 일어났다. 한밤중에 일어나 감정 없는 목소리로 ‘굳모닝’을 연신 외치면서 안방으로 온다. 울지도 않고, 뛰지도 않는다. 그래서 내가 잠결에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눈을 뜨면, 아기가 어둠속에서 걸어오며 나를 쳐다본다. 역시 울거나 보채거나, 달리지 않고, 조용히 날 바라본다. 잠시 안아주고, 옆에서 얘기하면 잠꼬대를 하면서 다시 잔다. 이 때 엄마를 찾는다. 그래도 사흘 정도가 지나자 확실히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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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89주의_아기는
- 놀라움은 계속된다.
- 말도 꽤나 다양하게 구사한다. 속삭이거나, 화를 내거나, 기쁨을 표현한다.
- 점점 애교가 늘고 있다. 가끔은 억지로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 신발에 대한 집착은 점점 커지고 있다. 오늘 신을 신발은 직접 골라야 한다.
- 아직 옷에 대한 선호는 없다. 대략 음식 > 신발 순서로 분명한 선호가 생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