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휴가
보통 휴가는 봄이나 가을에 간다. 일하는데 있어 여름은 바쁜 계절이기도 하고, 굳이 성수기에 휴가를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휴가가 많은 시즌에 다른 팀원들과 동시에 자리를 비우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기도 하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봄에 제주도를 다녀오고, 가을에는 조금 멀리 여행을 다녀온다. 중간중간 짧게 가는 휴가는 마음 내키는데로 간다.
휴가라고 하기에는 짧은 나들이지만 아내와 아기가 함께 시골집에 다녀왔다. 연고가 없다면 가지 않을만한 충북 금산이다. 비가 왔지만 오히려 덥지 않아 좋은 날씨였다.
이제 꽤나 말을 잘한다. 차에 타면 (또는 기분이 좋으면 언제라도) 쉴새없이 말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질문을 하고, 스스로 답한다. 마당과 조그마한 텃밭이 있는 집이라 더욱 신났다. 뛰어다니고, 걸어다니고, 토마도와 고추, 가지를 땄다. 스스로 딴 가지를 입에 물고 좋아했다.
.
#2_잠
워낙 잘 먹고, 잘 자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라 집 밖에서 자는것도 어렵지 않다. 다만 요즘은 자는게 아쉬운가보다. 더 정확히는 자는 것보다 깨어있으면서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재밌는 것 같다. 자려고 누웠다가도 친구 이름을 부르고, 낮에 배웠던 노래를 하고, 책을 읽어달라고 하고, 거실에 나가 장난감을 찾는다. 아빠에게는 이리누워라, 저리누워라, 비켜라, 침대로 올라가라, 내려가라, 이불을 덮어라, 그림자 극장을 틀어라, 엄마 불러와라, 물 달라, 에어컨을 켜라, 꺼라 같이 온갖 다양한 것들을 시킨다. 그렇게 한참을 놀다가 어느순간 순식간에 잠들어 버린다. 뭐랄까. 마지막 한 줌의 에너지까지 모두 방전시킨 후에 전원이 꺼져버린 느낌이다.
.
#3_리즈시절
아기를 가진 주변의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게 있다. 18~36개월, 한국 나이로 3~4살 시절이 가장 예쁘다고 했다. 말을 곧잘하지만 어설프고, 자기 주장이 있지만 미울 정도로 고집이 세지는 않고, 작은 것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즐거워하고, 울고 웃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했다.
지금 아기는 22개월차에 접어들었고, 함께 있을 때 재밌다. 아빠에게 말고 걸고, 원하는걸 얘기하고, 함께 했을 때 너무 즐거워한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갔을 때 안아주는 작은 팔, 아침에 아빠를 깨우는 목소리, 손만 잡아도 장난치려는 장난기 가득한 눈이 사랑스럽다.
그리고 (아기와 함께 다니지 않을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지만) 사람들은 이 나이대의 아기를 좋아한다. 어제는 함께 야구장에 갔었다. 늘 그렇듯이 외야에 자리를 잡았고, 아기는 야구를 보고, 간식을 먹고, 응원을 즐기다가 지루했다보다. 외야 관중석을 뛰어다니고, 높은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무한히 반복했다. 계단 근처에 앉은 관중들은 아기에게 인사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웃었다. 아기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인사하고, 애교도 부리고, 하이파이브를 했다. 몇 년만 야구장을 더 다니면 외야의 유명인사라도 될 것 같은 분위기다. 내가 아기를 사랑하는만큼, 다른 이들이 아기에게 친절하게 대해줄 때 정말 고맙고, 기쁘다. 어떤 상황에서도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는것을 본인도 잘 알지 않을까. 어쩌면 ‘똥만 싸도 좋다고 사람들이 박수쳐주는’ 나름의 리즈시절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
#95주의_아기는
- 가르쳐준 문장과 단어를 응용해서 말한다. 문장의 어미가 바뀌고, 조합이 바뀐다.
- 자기 주장이 강해진다.
- 밤에 잠드는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이제는 10시에 누워, 11시가 다되어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