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 119주차 – 다시쓰는 육아 일기

1월의 마지막 주

아기의 나이를 한국식 나이로 계산하니, 벌써 네살이다. 이제 두 돌이 조금 지났고, 아기에서 어린이로 진화하는 중인데 벌써 네살이라니. 매우 어색하다. 아기는 ‘몇 살이니?’에 대해 손가락 네 개를 펴고는 ‘다섯살’이라고 한다. 이젠 알고도 장난칠 수 있을만큼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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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간

늘 그렇듯, 아기는 많이 컸다. 마지막 육아 일기가 작년 10월이니까 3개월이 넘게 지났다. 그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고, 아기는 시간에 비례해 커갔다.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부족할만큼 빠르게 크고 있다.

걸음을 떼고, 뛰고, 말을 하는 극적인 변화는 없지만 조금씩 분명하게 성장했다. 그 중 가장 의미있는 변화가 있다면 부모에 대한 애착과 ‘가족’에 대한 개념,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좀 더 완전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 느낌을 말로 표현하고, 스스로 원하는바를 분명하게 요구한다.

우리가 아기와 함께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게 ‘아기와 부모의 생활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그 중에 가장 우선순위가 높았던 것은 혼자 잠들고 일어나는 것이었다. 통잠을 자면서부터 아기는 혼자 잤고 (물론 잠들 때까지 함께 누워있다가 잠들면 나온다), 심지어 낮잠을 잘 때는 재워주지 않아도 혼자 걸어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아침에는 우리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침실로 왔고, 졸린 표정으로 ‘굿모닝’을 외쳤다. 육아에 대해 스스로 자랑스러웠던 부분이다. 하지만 11월 여행을 기점으로 이 모든 루틴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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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없을 때 엄마나 아빠를 찾거나 보채지 않았다. 가끔 ‘엄마는 어딨어?’라고 물었지만, 회사에 있거나, 친구와 저녁을 먹고 있다고 얘기하면 알았다고 넘어가는 아기였다. 하지만 어느정도 이해력이 생긴 상황에서 열흘 가까이 부모가 자리를 비운 것은 아기에게도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이전에는 자다가 잠깐 눈을 뜨더라도, 조금 뒤척이다 잠들곤 했다. 하지만 여행 이후부터는 자다가 눈을 떴을 때 옆에 부모가 없으면 울며 부모를 찾거나, 침실로 찾아오길 반복했다. 잠들었지만 부모가 옆에 있는지를 늘 신경쓰는게 안쓰러웠다. 그래서 밤에 재울 때도 이전에 비해 시간이 점점 오래걸리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엄마방에서 잘래’를 외쳤다. 이젠 온 가족이 함께 침대에 눕는 루틴이 생겨버렸다. 함께 잠드는게 좋은가보다. ‘가족’, ‘행복’, ‘사랑’이라는 단어를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침대에 함께 누웠을 때부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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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말은 참 빠르게 배우고 있다. 또래의 아기들보다 상당히 빠른 편이다. 이제는 전화로도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하고, 어떠한 상황에 대해 ‘왜’를 묻고, 답할 수 있다. 꽤 정교한 표현도 가능하고, 질문에 대한 정확한 대답도 가능하다. 아주 오래전에 중국어를 배우는 친구에게 중국어 실력이 어느정도냐고 물었을 때, ‘택시 기사와 5분 정도 대화할 수 있다’는 답을 들었던게 기억난다. 지금 아기의 언어 능력은 ‘부모와 5분 정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수준에 근접했다.

생각해보면 처음 듣는 단어나 문장을 그대로 발음하는 능력이 좋은 것 같다. 한두번 따라해보고 자신감이 생기면 언젠가 그 단어나 문장을 적절한 시점에 사용한다. 그래서 말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신기해했지만 이젠 대화 그 자체를 즐기고 있다. 오늘 나눈 대화 중 기억에 남는건 아내가 씻으러 간 사이 ‘유투브를 보고 싶다고 조르는’ 대화다.

“아빠, 바나나차차 한 번만 보면 안돼요?”

“바나나차차는 아빠랑 샤워하고 머리감고 머리 ‘윙~’ 말리면서 보는거니까, 지금은 안돼요.”

“아빠, 바나나차차 한 번만 볼께요. 패드 주세요. 패드 어딨어요?”

… 비슷한 대화 무한 반복하다가…

“그러면 5분만 틀어줄테니까 엄마가 화장실에서 나오면 패드 끄고 안본척하는거다, 알았지?”

“엄마가 나오면 유투브 안보고 책보는거야” (소근소근)

그러다가 정말 아내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놀란 표정하면서 패드를 숨길지 말지 고민하는 표정만 짓고, 실제로는 계속 보고 있었다. 그 후에 ‘왜 약속한걸 지키지 않았는지’ 조곤조곤 얘기하고, 아기는 나름 뭐라뭐라 얘기하고, 안그러겠다는 투로 뭔가를 얘기하는 식의 대화를 했다. 물론 위에서 얘기한 문장을 한번에 정확하게 표현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충분히 듣고 이해할만큼의 발음으로 서로 대화했다는 ‘느낌’을 주는 정도로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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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

아기가 처음 접한 미디어는 애플 뮤직이었고, 그 다음이 유투브다. 처음에는 애플 뮤직에서 앨범 커버를 눌러보면서 다른 노래를 틀어보는 것에 재미을 느꼈다면, 이제는 유투브로 영상을 본다. 모든 부모가 그렇겠지만 자극적인 영상 컨텐츠에 집착하는 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춰보고 싶어서, 정해진 상황에서만 유투브를 보여준다. 지금은 손톱을 깎을 때, 그리고 샤워하고 머리를 말릴 때 유투브를 15분씩 보여준다.

유투브보는 모습을 관찰해보면 정말 신기하다. 일단은 컨텐츠에 대한 명확한 선호가 있다는 점. 우리가 보기엔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 컨텐츠처럼 보이지만 아기 눈에 재밌고 흥미로운 컨텐츠와 그렇지 않은 것, 그리고 ‘언니가 보는 것’과 ‘엄마, 아빠가 보는 것’을 구분한다는 것이다. 유투브로 영상을 본지 한 달이 넘어가면서, 이제는 하나의 영상을 거의 끝까지 보기 시작했다.

여기서 첨언 하나. 유투브의 추천 알고리즘에 대해서 여러 얘기가 있는데, 대략 ‘유아를 위한 한국어 컨텐츠’는 곧 스페인어 컨텐츠로 바뀌고, 그 후에 러시아어와 아랍어로 넘어가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그 중에 스페인어가 가장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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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지 않은 순간들은 기억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 새해엔 다시 육아 일기를 써보겠다는 마음으로, 일요일 저녁 두 시간의 외출을 허락받고 무려 스타벅스에서 이걸 쓰고 있다. 아… 스타벅스에서 커피마시면서 랩탑으로 뭔가를 끄적거리는 일요일 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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