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최고의 영화 몇 편

스포트라이트 (Spot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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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확실히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나보다. 마이클 키튼과 마크 러팔로를 한 눈에 알아보지 못했다. 어쩌면 레이첼 맥아담스에 집중하느라 그랬을지 모른다. 언론과 기자가 주연인 ‘캡틴 아메리카’식 결론이 다소 아쉽기는 했으나, 세월호 사태 이후 우리 언론이 보여준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면 이 정도는 충분히 눈감아줄 수 있다. 모든 배우가 주연인듯, 조연인 영화. 짜임새가 무척이나 훌륭하다.

시카리오 (Sic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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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지루했고, 두번째는 놀라웠으며, 세번째에야 비로소 즐길 수 있었던 영화. 요즘도 가끔씩 적당한 시차를 두고, 챙겨본다. 베니치오 델 토로, 조쉬 브롤린의 출연, 그들의 연기만큼 인상적이었던 BGM이 기억나는 영화다.

 

브릿지 오브 스파이 (Bridge of Sp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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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스토리로 끌어가는 힘이 엄청난 영화. 톰 행크스와 스필버그의 조합이니, 영화평은 짧게 줄이자. (rottentomatoes.com에서 91%라면 뭐…) 한 인간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 보여준다. 한동안 계속되고 있는 히어로물의 득세를 잠시나마 잊게해준 것에 감사한다.

 

나이트 크롤러 (Night Craw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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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배우로서 제이크 질란헬을 재발견한 영화. 그는 최근 몇년간 내가 생각한 최고의 배우 중 하나이다. 중반 이후부터는 어느정도 스토리 예상이 가능하다는 점이 아쉬웠으나, 소재와 배우가 이를 충분히 메꾼다. (아. 참고로 이 영화는 2015년이 아니라 2014년이다. 착각했다.)

 

위플래시 (Whi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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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래서 영화를 볼 때는 최소한의 정보만 아는게 좋다. 특히나 이 영화는 꿈보다 해몽인 리뷰들이 많다. ‘알고보면 나쁜 사람 없다’는 우리의 상식을 가지고, 드럼 소리를 즐겨보자.

 

사울의 아들 (Son of S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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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간단하게 쓴 영화다.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 난 이런 영화를 볼 땐 살짝 가수면 상태에서 보는걸 좋아한다.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고, 분석하려들지 않으며, 내가 ‘느껴야만하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영화의 제목이 훌륭하고, 카메라의 시선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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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

주말동안 영화 한편을 보았다. ‘Son of Saul’이라는 영화로,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언급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헝가리 영화다. 2차 대전물, 홀로코스트, 인류 대재앙, 좀비물의 영화를 편애하는 사람으로서 피할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사건에 대한 과장된 재현이 아니라, 보여줄 수 있는 만큼의 사실을 전달하는데 집중한다. 십수년전에 보았던 클로드 란츠만의 영화 쇼아(Shoah)같은 영화다. 영화는 줄곧 Saul의 얼굴과 뒷모습을 추적한다. 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시체 소각을 담당하는 ‘존더코만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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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대사가 극도로 절제된 Saul이라는 캐릭터는 자신이 옮기는 시체들 속에서 자신의 아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를 랍비의 기도 속에서 아들을 묻어주고 싶어한다. 영화는 아들의 장례를 치뤄주고자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덤덤하게 그린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가던 그는 아들의 장례라는 목적 앞에서 절박해진다. 영화는 그의 절박함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추적한다. 그렇기에 관객에게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적절한 타이밍도 제시하지 않는다. Saul이 주저앉아 울지 않는한 관객 역시 그럴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쉴새없이 바쁘다. 장례를 치뤄줄 랍비를 구해야하고, 죽은 아들의 시체를 숨기고 옮겨야하며,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영화는 정신없이 바쁘다.

영화가 반드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야하는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Son of Saul은 전통적인 형태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물론 영화가 뭘 의미하는지도 모르겠으나…) ‘쇼아’라는 타큐멘터리를 볼 때처럼,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소설을 볼 때처럼 하나의 넌픽션 다큐멘터리를 본 기분이다. 그 만큼 잔상은 오래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