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국이라면, 심천(shenzhen)에 가봐야지.

이제 겨우 심천(Shenzhen) 일주일째다. 당연히 난 내가 보고, 경험한 내용만을 바탕으로 나름의 결론을 내려고 했다. 중국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이 늘 얘기하는 ‘중국에서 오래 살고, 사업을 할수록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말하기 조심스럽다’라는 말을 존중한다. 그래도 정리하지 않은 경험은 쉽게 사라지기에, 기록 차원에서 정리해본다.

 

1. 심천에 온 목적

대략 심천에 왔다면 (어학연수를 포함한 공부 목적이 아니라면) 둘중에 하나다. 1) 심천에서 생산되고, 거래되는 저가의 제품을 수입하여 국내에서 팔기 위한 거래처를 찾고 있거나, 2)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OEM 공장 섭외, 유사 제품 구매, 샘플 제작 등의 목적일 것이다. 물론 두가지가 섞일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목적도 있겠다. 하지만 목적이 무엇이든 심천에 왔다면 가장 먼저 화창베이로 갈것이다.

 

2. 화창베이

화창베이는 용산, 가산, 테크노마트 등 각지에 흩어진 전자제품 매장들이 한 곳에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굉장히 넓은 지역에 밀집되어있고, 건물별로, 층별로 주력하는 테마가 있다. 한 상가의 2층에는 애플 관련 제품만 판매하는 곳이 있었는데, 단일 면적당 아이폰 판매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닐까 생각된다. (진품으로 추정되는) 아이폰을 수십개씩 거래하고, 번들 이어폰과 같은 애플 악세서리들을 수십/수백개 단위로 포장한다. ‘못구하는 제품이 없다’는 점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제품’을 엄청한 수량으로 거래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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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블럭 전체가 전자상가다.

 

– 우리가 경험한 용산 전자 상가 + 테크노마트와 분위기가 다르지 않다.
: ‘생각보다’ 호객 행위는 심하지 않아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는 분위기다. (물론 건물, 층마다 분위기는 다르다.) 사고 싶은 물건을 찾고, 흥정하고, 구매하면 된다. 당신이 찾는 바로 그 물건을 팔고 있다면 그는 돈을 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오늘 한두개를 더 파는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다. 생각보다 느긋하고, 당신이 유일한 고객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보통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짭퉁 시장에서는 ‘안사요’하며 뒤돌아서면, 뒷통수에 대고 ‘그래 깍아줄께’와는 조금 다른 구매 경험이다.

 

– 생각보다 소위 ‘짭퉁’ 모델은 많지 않다.
: 혹시 애플 제품을 기대했다면 그건 잠시 접어두는게 좋다. 여기서 공식적으로 거래되는 애플 제품은 정품이다. 또는 정품이라 주장하는 제품이다. (당연히 OS가 탑재되는 제품들 말이다.) 그렇다면 복제품들은 어디에 있는가? 물론 복제된 제품들은 넘쳐난다. 다만  디자인은 유사하지만, 진짜와 혼동시켜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다. 그냥 정품과는 다른 제품이다. 예를 들어 화창베이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 중에 하나인 ‘스마트워치’는 애플 워치, 또는 겔럭시 기어를 닯았다. 하지만 이는 $20 정도에 거래되는 저가형 블루투스 전자시계이다. 애플의 OS도 안드로이드웨어도 탑재되지도 않았다. 그냥 $20에 어떤 기능들을 수행하는 저렴한 전자시계다. 기본적으로 난 ‘기존의 제품을 복제함으로써 진짜 제품과 혼동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짭퉁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짭퉁 시장 정도로 생각하면 그건 오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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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매장이 있는 어느 건물. 애플/삼성 제품이 주력이다.

 

– 화창베이는 실제 공장이나 제조업체를 찾는것보다 ‘가격적으로’ 저렴할 수 있다.
: 공장은 고객으로부터 최소 수량 이상을 주문받고, 이를 납품한다. 따라서 기본적인 고객 만족도를 고려한다. 하지만 화창베이는 (당신이 정기적으로 물량을 주문해줄 바이어가 아니라면) 원래 제품보다 형편없는 퀄리티의 제품을 꺼내줄 수 있다. 하자보수에 대한 책임은 거의 없다. 따라서 매우 싼 제품들이 많다. 사람들은 화창베이에서 제품을 사고,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떠난다. (공장에서 하는 얘기이기 때문에, 검증된 사실은 아니다. 실제로 화창베이의 물건은 공장에서 파는 가격보다 저렴한 경우가 있다.)

 

3. 심천의 소형 제조업체들

보통의 업체들은 매우 빠르다. 양산 가능한 샘플 제품 개발/생산에 2주, 주문 확정 후 배송까지 2주를 잡는다. 보통 라인 1개 정도를 보유한 매우 영세한 업체인 경우에도 하루 1,000개 정도는 소화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최소 주문 수량 (MOQ)도 1,000개 수준이다. 이들이 제품을 만드는 방식은 매우 분업화되어있다.

 

당연히 천차만별이다. 오른쪽은 공장겸 사무실이 있는 바오안 지역.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사례
– 센서 및 메인 칩셋은 대만에서 구매한다. 이 경우, 펌웨어와 연동되는 APP까지 제공한다. (MediaTech라는 ‘거의’ 독점 업체의 칩을 사용한다.)
– 케이스 및 스트랩 등은 이미 만들어진 것들을 구매한다. (심천에 웨어러블 관련 케이스 부품 생산, 디자인 업체가 3개 정도 있다고 한다.)
– 자산의 공장에서 주문 수량만큼 조립한다. 내부 엔지니어는 실제로 QC만을 담당한다.

 

눈치 챘겠지만, 이들은 ‘조립’업체에 가깝다. 필요한 물건을 만들 수 있는 부품들은 정해져있으니, 그들은 사다가 조립하고, 판다. 따라서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가 다양하고, 빠르게 변한다. 예를 들어 최근 떠오르는 전동 스쿠터(세그웨이 같은 물건들)의 경우 2~3개월 비즈니스라고 했다. 2~3개월 바짝 팔고나서 품목을 바꾼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체 브랜드가 아닌 주문에 따른 생산 방식을 취한다. 주문이 줄면, 품목을 변경한다. 메니저 두세명, 온라인 마케터 두세명, 포장하고 배송하는 직원들 몇 명, 라인에서 조립하는 기능공들 십수명. 이 작은 회사도 20~30명의 직원을 가지고 있다. 라인에서 조립하는 기능공들의 월급이 3,000~4,000RMB (우리돈 60~80만원), 한달 판매하는 수량 20~30만대, 사장은 BMW를 타고 ‘중화’ 담배를 피운다. 게다가 젋다.

 

4. 심천의 중형 제조업체들

앞서 소개한 소기업들이 성장하거나, 부모/친구/투자자에게 자금을 확보한 경우, 중형 업체로 성장한다. 대충 내린 ‘중형’의 기준은 직원 수 100명 이상, 자사의 브랜드 보유, 내부 개발 인력 확보 등이다. 이 경우, (실제로 그렇든 그렇지 않든) 기술력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리고 정부 기관, 대기업과 일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 보통 한번의 주문으로 판매되는 수량이 적게는 1,000대에서 최대 100,000대까지라면, 중형 업체들이 기관, 대기업에 납품하는 제품의 수량은 100,000대가 넘는다. 예를 들어 OneMeter라는 회사는 지방 정부를 대상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50만대 이상 납품한다. 물론 이는 한 도시의 한 기관에 납품하는 수치다. 즉, 입찰이 가능해지고, 어느정도 ‘꽌시’가 동원될 수 있는 시점부터 회사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

 

BMW를 보내주기도, 차를 주기도, 담배를 주기도 한다.

 

5. 그들과의 미팅, 협력, 파트너쉽

사실 이 부분은 아직 진행중이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단순한 첫 인상만을 적어본다면 이렇다.
– 미팅이 잡히면, 호텔이나 내가 원하는 장소로 픽업을 온다. 중형 세단, 밴, BMW 같은 고급차까지 다양하게 온다. 심지어 택시타고 오시는 분도 계셨다.
– 미팅 시간은 다소 유동적이다. 좀 늦어지는 것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다. (개인적 느낌이다.)
– 세일즈 메니저는 보통 영어를 곧잘 한다. 하지만 의사결정자가 영어를 하는 경우는 아직 못봤다.
– 질문에 대해서는 비교적 솔직하게 답변한다. (또는 그렇게 보인다.)
– 업체가 작거나, 공장이거나, 사장 취향이 그렇다면 차나 담배를 권한다.
– 그들은 해외시장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바이어에 관심이 많다. 한국에서 완던, 유럽에서 왔던 크게 다르지 않다.
– 협력 관계에 대해서 비교적 열려있다. 즉, 잘 만나준다.

 

어느 나라나 비슷하겠지만, 중국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은 이런 얘기를 한다. ‘견적을 내는 것’도 이들에게는 거래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사고 싶은 물건과 가격이 결정되지 않았다면 조금 느긋하게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아직 구매 의사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찔러보지 말라는 뜻이겠다. 중국 비즈니스를 얘기할 때 언급되는 ‘꽌시’도 그런 의미에서 해석된다. 서로에게 솔직하고, 서로의 이윤을 보장할 수 있는 몇 번의 거래가 생겨나야 서로 친해질 수 있을것이다. 친해진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선물을 주고받고, 안부를 묻는 시간들 속에서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이제 겨우 한바퀴 돌아본 기분이다. 중국은 넓고, 경쟁자도 많고, 고객도 많다.

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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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시스 B1 밴드

정녕 베이시스에 관심이 있다면 아래 링크의 블로그 포스팅을 보면된다.

영어로된 블로그를 읽기 귀찮다면 내가 쓴 글을 적당히 봐도 좋다.

베이시스에 대해 처음 들어본건 1년쯤 전이다. 새로운 (또는 궁극의) 웨어러블 밴드가 출시될 예정이라며 들뜬 목소리로 얘기했던 사람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난 Fitbit Flex와 Force를 거치며, 대략 Fitbit 신봉자가 되려던 찰나였다. Fitbit Force가 피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전량 리콜 조치를 할 때에도 꿋꿋하게 버텨왔건만, 이 녀석은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끊어져버렸다. 정확히는 측정을 담당하는 알맹이와 이를 감싸고 있던 고무 밴드가 분리되어 버린 것이다.

어찌저찌하여 @hellojintae가 사용하던 Basis(http://www.mybasis.com/)를 입양받았다. 어느새 Peak라는 새로운 제품이 나왔건만, 내가 입양받은 녀석은 초기 모델인 Basis B1 Band다. 길게 뭔가 주절거리기에 앞서 ‘나도 Basis나 사볼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간단 요약했다.
1. 기본적으로 시계다. 하지만 전자 시계라고 하기엔 매우 빈약하다. 심지어 백라이트가 약해 잘 보이지 않는다.
2. 하지만 수면, 심박 트레킹만큼은 지금까지 경험해본 기기 중에 가장 훌륭하다. 특히 별도의 조작없이도 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매우 정확하게 측정한다.
3. 다만 잘 때 차고있기에는 너무 크다. 면적은 적당하지만 높이가 매우 높다. 내가 차봤던 어떤 시계보다 높고, 고무 밴드라 자고 일어나면 땀이 찬다.
4. 앱은 (기능은 특별하지 않지만) 충실한 편이나, 싱크가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매우 번거롭다.

결론적으로는 피트니스 트레커를 24시간 착용할만한 ‘아주 아주 명확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위한 기기다. 이건 패션도 아니고, 다른 시계와 함께 찰 수 있지도 않고, 시계를 대체할 수도 없는 다소 마니악한 기기다. 가격은 $200이다. 자 그럼 (일반적인 내용들 빼고) 특징적인 몇 가지만 정리해본다.

잠들면서 ‘나 잔다’고 누를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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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 밴드를 착용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다. 수면을 측정해준다고 얘기하면서, 잠 들기전에 ‘나 잔다’고 선언해주지 않으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30분 이상 오차가 나는 것은 기본이고, 아예 데이터를 불러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Basis를 착용한 첫 날부터 가장 강력하다고 느낀 부분은 여기에 있다. 가속도 센서 말고도, 체온/심박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 잠드는지 매우 정확하게 기록한다. (‘움직임을 보니 잠든거 같기도 한데’라고 판단하지 않고, ‘넌 잠들었어’라고 말하는거다.) 당연히 언제 일어났는지도 꽤나 정확하다.

근데 데이터를 싱크하려면, 매번 눌러야한다.

랩탑에 USB로 연결해서 싱크할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블루투스 통신을 지원하는 기기가 자동으로 데이터를 전송시키지 않는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 측면에서 Fitbit이 제공하는 USB 동글 방식의 싱크는 매우 현명하다. (마치 자동으로 싱크되는 기분을 준다.) Basis의 싱크 방식은 단순하다. 기기 오른편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스마트폰과 연결하고난 후에 싱크가 이루어진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얘기하자면,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한다. 대략 20~30초 정도. 스마트폰을 열고 20-30초를 아무것도 안하고 들고 있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모두 알 것이다. 가끔 싱크가 끊어지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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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소소한 것들은 조만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