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밥집 시리즈 – 양재시민의숲 밥집 지도

회사가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을 때 장점이 많다. 조용하고, 요일이나 휴일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러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격대비 음식의 퀄리티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작년초 5개월 정도 신사역 근처로 잠시 사무실을 옮겼을 때는 그 점이 좋았다. 6,000원짜리 백반도 훌륭하고, 삼겹살집에서 제공하는 점심 메뉴도 나쁘지 않았다. 여차저차하여, 사무실 인근에서 먹을만한 곳을 정리해보았다.

 

굳이 찾아가서 먹을만한 집

사실 여기에 굳이 찾아올만큼 훌륭한 밥집이 있는지 모르겠다. 리스트를 앞으로 업데이트한다는 가정하에, 생각나는 것만 적어본다.

 

1. 배나무골 (오리고기, 정식류)

조용하고, 정갈하다. 오리고기나 한정식을 먹으면서 ‘기대 이상으로 만족’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음식은 충분히 훌륭하고, 손님과 대화를 나누며 식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식당중에 하나다. 점심을 먹기에는 가격대가 다소 높기 때문에 생각만큼 자주가지는 않는 곳이다. 넉넉하게 주차할 수 있다.

 

근처에 있다면 가볼만한 집

사실 여기에 굳이 찾아올만큼 훌륭한 밥집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 이 곳에 오는 사람이라면 회사가 근처일 가능성이 높다. 데이트를 하러, 음식을 먹으러올 동네는 아니다.

 

1. 플러스에이블 (덮밥, 카레, 맥주)

깨끗하게 차려진 점심을 먹기에는 최고다.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 모던한 인테리어와 늘 일정한 맛을 내는 다양한 덮밥류가 좋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메뉴는 새우덮밥, 새우카레덮밥, 양롤덮밥(이건 팀원 중 하나가 매일 먹는 메뉴다.) 등이 있고, 몇 종류의 IPA 맥주도 있다.

 

2. 소백산 (곰탕, 소머리국밥, 비빔밥)

강원도 영주 농가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집이다. 고기는 좋지만 비싸고, 점심 단품 메뉴도 맛있으나 가격은 1~2,000원 정도 비싸다. 음식은 전반적으로 맵거나 짜지 않다. 곰탕, 소머리국밥, 한우보신탕, 비빔밥류가 있다.

 

3. 사랑채 (비빔밥, 곤드레밥, 된장찌개)

맛은 있지만 자주가지는 않는 곳이다. 조미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하고, 곤드레밥처럼 건강한 음식들이 정갈하게 나온다. 좌식 테이블밖에 없어서 약간 불편할 수 있지만, 나름 단골되면 얼굴을 기억해주는 사장님 때문에라도 가게된다. 비빔밥이나 곤드레밥 등 주요 밥 메뉴는 수준급이지만 계절메뉴로 판매하는 반계탕이나 동태찌게 같은 음식은 피하는게 좋다.

 

4. 흑다돈 (김치찌개, 제육덮밥, 된장찌개)

한때는 100만원 정도 달아놓고 먹었다. 김치찌개는 약간 ‘김치국’ 느낌도 나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  제육이나 오징어덮밥은 조금 맵다. 김치찜은 약간 더 비싸지만 역시 괜찮다. 고기류를 포함해서 전반적인 음식의 퀄리티는 중간 이상이다.

 

5. 양재해장국 (선지해장국, 뼈다귀해장국)

동네마다 있는 동네이름+해장국 집이다. 나름 동네 맛집이라고 하지만 해장국 맛이 사실 거기서거기라, 특별할것은 없다. 그냥 적당히 후회하지 않을 양/선지 해장국이 나온다.

 

6. 몽크 (맥주, 볶음밥, 돈까스)

정확히는 맥주를 파는 펍에 가까우나, 음식들이 괜찮다. 돈까스나 피시앤칩스 같은 튀김류도 괜찮고, 볶음밥도 괜찮다. 저녁에 식사+맥주하기에 훌륭하다.

고지전,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1
고지전이 나온 2011년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 고지전을 봤다.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고지전은 ‘JSA’와 ‘이오지마에서 온 편자’ 등 무수히 많은 전쟁 / 분단 영화를 떠오르게 한다. 보편적이고도 성공적이었던 전쟁 영화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균형감을 잘 유지한 영화다. 무척 재밌었고, 무척 오랜시간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2
일단 영화는 진지함을 너무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다. 하나의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쟁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살아남기’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지나치게 정의롭고, 간드러진 멘트들을 자제하고, 오랜 전투로 단련된 병사들의 실없는 농담들이 적절하다.


#3
영웅들의 전쟁이 아니었기에 영화를 가득 메우는 것은 다양한 캐릭터를 지닌 조연들이었다.  류승수, 고창석, 이제훈, 류승룡 등이 만들어내는 캐릭터는 전쟁 영화에 흔하게 등장할법한 인물이면서도, 지나치게 한두 인물에 치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조화를 이룬다.

#4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두 배우. 김옥빈은 북한 사투리를 쓰지 않았다. 남한 출신 병사라는 설정 때문이었을까? 다소 어색함을 지우지 못했다. 하지만 그토록 확신하던 ‘전쟁의 의미’를 ‘아 씨발,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나’라고 얘기하는 류승룡은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준다. 오랜 전쟁으로 인간성을 잃어가는 고수와 달리, 그는 점차 인간적인 면모를 알아간다.

#5
영화의 큰 줄거리를 끌어가는 고수. 겁많던 신병에서 살아남기 위해 냉혹해진 중위로 거듭난다.  영화를 보면서 다소 아쉬운 캐릭터였다. 냉혹하지만 부대원들을 챙기고, 때로는 부드럽다는 설정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 정도의 상황에 처한 병사라면, 적군을 스코프에 담아놓고 망설이지 않았어야 했다.

그리고도 몇몇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다. 2차 대전 영화를 보면서 신선했던 화면들인데, 한 위치에서 여러번의 전투를 오버랩하여 보여주는 장면이다. 화면이 고정된 채, 한 번의 전투가 있고, 그 전투에서 쓰러진 병사는 시체로 쌓여있다. 그리고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반복되는 전투를 보여준다. 그 곳에는 여전히 어제 전투로 희생된 사람들의 시체가 놓여져 있다.

#6
오랜만에 영화를 다시 봤다. 여전히 몇몇 장면들은 눈에 거슬리지만, 충분히 재밌었다. 다만 이제는 서로가 총을 쏘는 영화가 아니라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같은 영화가 한국 전쟁에서도 그려진다면 좋겠다. 한국 전쟁이라는 시간, 공간적 배경하에서 일반인들이, 특히 여성들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대한 영화. 고지전을 예로 들자면 옥수수를 들고가던 김옥빈을 신하균이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영화에서처럼 초콜렛을 쥐어주고 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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