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전쟁 영화, 킬로 투 브라보

간만에 찾아보는 아프간 배경의 전쟁 영화다. 아프가니스탄 헬만드 지역에 투입된 영국 강습여단 소속 부대원들의 이야기다. 이라크 전쟁에 참여한 폭발물 제거반을 다룬 허트로커와는 달리 지뢰밭에 발을 디딘 한 부대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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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헬만드

아프가니스탄은 기본적으로 동서남북으로 주요 도시가 있다. 동쪽엔 수도인 카불(Kabul)이, 서쪽엔 13~14세기 중앙아시아/이슬람 문화를 꽃피웠던 헤랏(Herat)이, 북쪽엔 오래된 타직, 우즈벡인들의 도시 마자르샤리프(mazar-e-sharif), 남쪽엔 탈리반과 파슈툰족의 근거지인 칸다하르(kandahar)가 있다. 동서남북을 가로, 세로로 가로지르는 도로가 없이 각 도시를 외곽으로만 연결한다. 즉, 동쪽의 카불에서 서쪽으로 헤랏을 직접 갈 수 없다. 마찬가지로 북쪽의 마자르샤리프에서 남쪽의 칸다하르로 바로 이동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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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동맹이 버티고 있던 사이 미국, 영국, 독일 등의 ISAF 연합군은 동, 서, 북쪽의 주요 거점 도시를 확보했고, 이로써 아프가니스탄의 중부와 북부를 차지한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헬만드(Helmand) 주는 칸다하르와 함께 남부 파슈툰/탈리반의 거점이면서 동부 잘랄라바드와 함께 아편 생산을 주도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만큼 중요한 군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고, 2006년부터 영국군이 이 지역을 주로 담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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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이자 배경인 카자키(Kajaki)에는 남부 지역 전력 생산을 담당하는 댐이 있다. 아프간 특유의 에메랄드색이 아름다운 거대한 댐이다. 연합군의 개입이 침공이 아닌 평화 유지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이 댐의 확보와 유지, 용량 증대는 영국군에게 매우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였다. (실제 발전용 터빈을 칸다하르에서 카자키까지 ‘고작’ 120km을 이동시키는 작전을 위해 2년의 준비 기간과 5,000여명 이상이 작전에 투입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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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jaki_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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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뢰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지뢰다. 영화상에서는 소련-아프간 전쟁 시기에 심어져있던 지뢰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일종의 ‘협곡’에 모이게 되었다는 얘기다. 충분히 맞는 얘기지만, 실제 헬만드 지역에서는 탈리반이 새로 매설한 지뢰도 상당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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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이야기지만, 2005년 아프가니스탄을 여행하면서 카불 – 바미얀 구간에서 차가 퍼진적이 있었다. 승합차에 타고 있던 10여명의 승객은 차에서 내렸고, 난 식중독으로 고생하고 있던터라  ‘볼 일’을 봐야했다. 비포장 도로, 나무 한 그루 없는 벌판, 당연히 나를 가려줄 구조물도 없는 곳에서 난 바지를 내리고 볼 일을 봤다. 그것도 길가에서 말이다. 지뢰가 있을거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프간에서는 사람의 발이 닿지 않은 어떤 곳에도 가지 않는게 좋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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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영화는 그렇다면

이 영화의 주제는 영화 첫 도입부에 나온다. ‘난 여기 왜 왔는가?’. 사실 너무나도 반복되어온 전쟁 영화의 기본 주제다. 하지만 지역 주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아프가니스탄 남부라면 이는 좀 더 심각한 얘기가 된다. 사방이 적이고, 누구 하나 고마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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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아프간을 다루는 영화는 레스트레포나 코렌갈처럼 다큐멘터리 느낌의 작품들이 많다. 이 영화는 분명 극적인 사건을 다루는 영화지만, 매우 현실적이다. 첫 번째 지뢰가 터지고, 그 후에 일어난 일들은 영화의 시간과 현실의 시간이 거의 함께 흘러간다. 즉, 매우 사실적이지만 영화적 재미를 위한 각색은 최소화된 느낌이다. 현실에서도 크게 주목받았던 사건인만큼, 그 곳에 있었던 군인들에 대한 헌정 영화의 분위기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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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이 나오는 영화의 장면은 요르단에서 촬영되었다. 요르단의 Al Kaferin 댐이라고 한다. 당연히 아프간의 카자키 지역은 현재까지 전투가 벌어지고 있고, 불과 작년, 재작년에도 대규모 전투가 일어났던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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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뎅탕과 국수를 먹었고, ‘수상한 에이스에겐 유니폼이 없다’는 야구 추리 소설을 읽었다. 방은 더웠고, 거실은 시원했고, 밖은 추웠다.

그리고.

프렌치파이는 당연히 딸기인줄 알았다. ‘당연히’ 프렌치파이는 애플이라는 아내의 말에 급 당황했다. 오징어는 몸통이 아니라 다리가 메인이라는 얘기에 이어 두 번째 취향 차이.

1987 – 좋은 영화로 시작한 한 해

육아를 시작하면서 예전엔 너무나도 일상적인 ‘극장에서 영화보기’가 이젠 맘먹고 준비해야하는 이벤트가 되었다. 영화는 신중하게 골랐다. 무려 스타워즈도 아니고, 신과 함께나 강철비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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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아는 소재로 시대극을 그려낸다는건 감독에게 어떤 부담감을 줄까. ‘여성의 역할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비난’은 인정하지만, 영화는 분명 훌륭했다. 이제 우리는 한국의 현대사가 훌륭하게 영화로 그려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87년이 역사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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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바꾸는 것은 위대한 생각과 사상이 아니다. 개인이 처한 상황에서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가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다. 양심이나 시대 정신과 같이 개념화된 단어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우리가 일년전 경험했던 바로 그런 행동들이다. (물론 우리가 광장에 나가던 시절은 ‘목숨을 걸던’ 상황은 물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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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대사에서처럼 올림픽으로 인한 눈치보기는 생각보다 큰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 택시 운전사와 26년, 그리고 1987을 다시 한번 연달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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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영화는

  • 이 시대의 대표 배우들이 훌륭하게 자리한다. 조연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이 영화를 지탱한다.
  • 시대를 만들어간 크고 작은 역할이 감동을 준다. 이 모든 이야기가 실화라는게 더 놀랍다.
  • 강동원은 영화의 장르를 판타지로 만드는 힘이 있다. 그가 아니었다면 영화는 너무 무거웠을지 모른다.
  • 여성 캐릭터가 김태리 한 명으로 국한된 것은 아쉽다. 더 많은 역할들이 주목받고, 그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다면 더 훌륭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