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꿈

한화이글스의 불펜 투수가 되는 꿈을 꿨다.

#1
장소는 매우 한적한 시골 야구장, 난 락커룸에 서서 유니폼을 입고 있다. 아차, 난 유니폼을 챙겨오지 않았구나. 꽤나 당황하며 바닥에 널브러진 유니폼 중에 입을만한 것들을 찾아보고 있다. 다른 선수 이름이 세겨진 유니폼을 입을 것인가, 아니면 정식 유니폼이 아니지만 비슷하게 생긴 운동복을 입을 것인가 고민한다.

#2
난 경기장 밖을 서성인다. 전화를 하는 것도 아닌것 같은데, 아무튼 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경기장 밖에 나와있다. 나무가 울창한 장소였고, 경기장은 그리 웅장하지 않았다. 날은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경기는 진행중이었고, 몸을 풀고 대기해야할 불펜 투수는 여전히 경기장 밖이다.

#3
날이 어두워졌고, 경기는 이미 끝난 것 같다. 어둑한 복도에는 감독이 서있었고, 소리를 지르며 모자를 나에게 던졌다. 당연한 결과라 그런지 그다지 당황하지 않았다. 나 때문에 졌다고 했다. 마지막 남은 불펜 투수가 등판해야하는 상황에서 투수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적당히 사과하며 락커룸의 문을 열었다. 불이 꺼진 어두운 락커룸에는 모든 선수들이 인간 피라미드를 만들고 기합을 받고 있었다.

$4
잠이 깼다. 네이버에 들어가보니 전날 한화는 승리했다. 권혁은 난타당했다. 그리고 난 두산 팬이다. 시간은 7시 30분. 평소보다 약간 일찍 일어났다. 최근 몇 년간 가장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꿈을 꾸었다.

9월에 본 영화 몇 편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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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보는 내내 ‘더 테러 라이브’가 떠올랐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의지와 유머, 시스템의 역량이 함쳐지면 ‘마션’이 나오는거다. 하지만 아쉽게고 여기는 한국이고, 이 영화의 제작진은 세월호 사태를 염두하지 않았을리 없다. 시스템에 대한 비판에 매몰되지도 않았고, 지나치게 신파로 빠지지 않았다. 한줄평처럼, 보는 내내 ‘더 테러 라이브’는 어떤 스토리였는지 계속 생각했다. 다만 ‘터널’에는  유머가 있고, 애완동물도 나오며, 하정우의 먹방도 있다.

물론 보는내내 불편했던 점도 있다. 영화는 분명 재밌었고, 하정우의 연기와 영화를 끌고가는 긴장감도 좋았다. 하지만 분명 이상한 영화이기도 하다. 재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분명 물은 떨어졌고, 겨울이었으며, 음식은 없다. 게다가 생존가능하다고 예측한 기간도 지났다. 근데 살아나왔다. 그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묘사도, 설명, 암시도 없다. 마치 나올만한 상황이 되니 살아온것 같기도하다.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영화의 초점은 터널안이 아니라 밖으로 이동한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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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한국어로된 좀비 영화는 감사히봐야 한다.

감독이나 배우에 대해 얘기하기전에 한국에도 제대로된 좀비 영화가 탄생했다는 것이 기쁘다. 그것도 괜찮은 퀄리티의 좀비가 등장함으로서 한국형 좀비 캐릭의 기반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좀비는 기본적으로 ‘월드워Z류’의 좀비다. 물리면 바로 변하고, 뛰어다닐만큼 운동 능력이 좋고, 어느정도 협업이 가능한 존재로 그려진다. (어쩔 수 없이 월드워Z의 일부 장면이 오버랩되는것은 당연하다.) 그만큼 좀비 표현력 만큼은 최신 트렌드를 충분히 잘 지킨 영화라 본다.

영화는 전후 맥락을 과감히 생략한다. ‘서울역’이라는 애니메이션도 곧 개봉을 앞두고 있고(물론 이 영화가 프리퀄이냐 아니냐는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국내에서 개봉하는 첫 좀비 블럭버스터라는 리스크도 있다. 그래서 이야기가 다른곳으로 세지 않고, ‘부산으로 가는’ 것에 집중한다. 감독이 참 영리하게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전염병이 왜 생겼고, 안이하게 대응하는 관료가 나오고, 고군분투하는 연구원들은 ‘부산행’에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조연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의 인물들은 아쉽다. 이런 상황에서 로맨스가 가능한지 의문인 야구부 커플, 역시나 이런 상황에서 저만큼 ‘적극적으로’ 악역을 자초할 수 있는지 의문인 운수회사 임원, 무력한 노숙 모드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노숙자, 감염되었으나 왜 줄지어 모여있었는지 궁금한 군인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노래까지. 결국 소재는 좀비였으되, 스토리는 신파인 한국형 좀비 재난 영화였다.

P.S. 제발 영화 속 사람들도 ‘좀비’ 영화와 소설을 봤다고 가정해주면 좋겠다. 그냥 ‘좀비다!!’라고 해주면 속시원할 일을, 다른 표현으로 돌려 얘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보는 입장에서 엄청 답답하다.

 

인천상륙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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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우려했던 그대로다.

국제시장, 연평해전의 계보를 이어가는 영화다. (이렇게 얘기하니, 마치 다음에 또 비슷한 영화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킬링타임 액션 영화로는 볼만하지만, 스토리 전개에 불편함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예상가능한 ‘감동의 쓰나미’를 기다려야한다는게 아쉽다. 감독의 전작은 ‘포화 속으로’다. 맞다. 권상우의 혀짧은 목소리와 TOP의 중저음이 함께 버무려진 그 영화말이다. (물론 그 전에는 ‘내 머릿속의 지우개’도 있다.) 만약 감독의 전작을 봤다면, 그리고 인천상륙작전이 무엇인지 안다면 결과는 어느정도 정해져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어느정도의 의외성도 없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지 않고도 내용을 예상할 수 있고, 감독이 전하고자하는 감동의 장치들도 여지없다. 거의 신격화된 맥아더가 나오지 않고, 북한군 장교는 조금 더 유능하며, 전차 한대와 등대의 불빛이 거대힌 상륙작전의 전부가 아니었다면 영화는 좀 더 좋았을 것이다. 사실 초반 흐름은 좋았다. 스파이간에 벌어지는 공작들도 긴장잠 넘쳤고,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마치 80년대 제작된 영화처럼 친절하고 직설적이다. 우린 영화 한두편 본 사람들이 아니다. 관객들을 존중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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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바쁜 하루 

#1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꿈을 꾸었다. 좀비들에게 쫒기다 막다른 곳에서 따라잡혔다. 그리고 그들중 하나에게 물렸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 만큼이나 절망적인 순간에 느껴지는 좌절감이 생상하게 전달되었다. 생각보다 아프지는 않았다.

 

#2

천안에 있는 클라이언트의 공장은 차로 한시간 거리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유독 오늘따라 멀미가 심했다. 날씨는 더할나위 없어 좋았고, 전반적인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회의 때문일수도 있겠다. 돌아오는 길은 내려갈 때보다 막혔고, 좀 더 멀미가 났다. 길은 막혔지만 그래도 시간은 생각처럼 많이 걸리지 않았다.

 

#3

일을 하면서 바쁘다는건 좋은 핑계가 아니다. 언제나 할일 목록은 내가 처리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늘어난다. 사업하는 사람에게 한가함을 기대하기는 어려울꺼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차분히 처리하고 싶은 일을 급하게 숙제하듯 마무리하는 기분도 썩 유쾌하지는 않다. 그래서 할일 목록 관리 방법을 바꿔보았다. 그리고 잠시 잊어도 되는 일은 잊기로 했다. 새로 세팅한 윈도우용 데스크탑에는 슬랙을 제외하고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설치하지 않았다. 집중해야하는 일에는 조금 더 집중하기로 했다.

 

#4

몸에 열이 많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지만 섵불리 셔츠 입기가 두렵다. 서서히 약하지만 지속적으로 땀흘리는 기분이 싫다. 추운것보다는 더운게 싫다.

 

#5

차를 수리중이다. 그래서 오늘은 지하철로 퇴근 중이다. 팟케스트를 들으며 멍하니 운전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간단히 하루를 기록하고 있다. 블랙베리의 쿼티 자판은 아이폰보다 편하지 않다. 하지만 한글자씩 눌러쓰는 느낌이 아주 좋다. 볼펜 대신 만년필을 선호하는 것과 같다. 길게 쓰지는 않지만 키보드로 칠 때 보다는 좀 더 생각의 속도를 조절하기에 유용하다. 이 글을 쓰면서 수서역에 잠깐 내렸고, 다음 기차로 갈아탔다. 오늘 하루도 진심으로 수고 많았다. 냉장고에서 나를 기다릴 맥주를 한 캔 마시고 푹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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