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볼만한 SF영화 – 컨텍트(Arr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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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계인’이 등장하나, 서로 총질하지 않는 평화로운 영화다. 모든 무기를 막아낼 수 있는 쉽드도 존재하지 않고, 대통령이 전투기를 조종하는 촌극도 없다. 외계인과의 ‘만남’을 중심으로, 서로 대화를 나누기까지의 시간을 다룬다. 과연 그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발성 기관이 있는지, 시간에 대한 개념은 어떠한지, 문자의 구조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외계인이라면 과연 어떨까? 이 영화는 그 질문들에 대한 간단한 답이다. 그들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래서 그들과 대화할 수 없다면, 영화의 대사처럼 ‘우린 어디에서부터 접근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들이 미국 정부가 숨겨놓고 기술을 뽑아낸다는 그 외계인이 아니라 처음보는 녀석들이라면 말이다.

 

#2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한계는 외계인과 우주선을 배경으로 하는 ‘과학 영화’ 이자 ‘가족 영화’라는 점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그다지 주체적이지 않다. 뭔가 계획을 가지고 그 먼 거리를 달려왔다면, 지구인들의 행동을 기다리지말고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했어야하지 않을까싶다. 그냥 지구인들이 하는 행동에 적절히 반응해준다.

 

#그리고…

지국까지 날라올만한 지적 생명체라면 비행선 내부에서 폭발이 있더라도 방어해내야 한다. 그 수많은 영화에서 보여준 ‘폭탄 안고 비행선안에만 들어가면 만사 오케이’를 살짝 오마주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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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졸린다 – 재키 (Jac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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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탈리 포트만은 훌륭한 배우다. 우리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미국인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 중 재키는 가장 감정적이다. 아름답고, 신중하지만 그녀는 감정적이다. 퍼스트레이디의 정치적 행동과 그녀의 감정 사이의 긴장감이 영화를 끌어간다. 물론 졸릴 수 있다. 극장에서 봐도 그렇다.

 

#2

영화는 쓸쓸하고, 화면은 우아하다. 2017년의 첫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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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최고의 영화 몇 편

매년 써보려고 시작한 글이다. [2015년 최고의 영화 몇 편] 늘 그렇듯이 작년에도 많은 영화를 보았고, 그 중 기억에 남는 영화들이 많았다.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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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영화적 수준에 대한 감독의 믿음, 그리고 이에 화답한 관객들’이다. 영화를 끝까지 밀고가는 힘이 엄청나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마지막 엔딩에서 약간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지만, 생각할 여지를 남겼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분명 있었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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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영화를 보고 간단히 리뷰를 적어보았다. [훈훈한 영화가 필요하다면 –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인을 위한 영화, 감정이입할 수 있는 최고의 소재를 다룬 영화’다.

 

럭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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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는 ‘긴장감과 훈훈함, 유머가 뒤섞인 영화의 정석’이다. 주연 배우 유해진의 힘이 느껴진다. 단순한 오락 영화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탄탄한 웰메이드 영화다.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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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은 “잘못 찍으면 죽을 때까지 비난을 짊어지고 가야하니 겁나고 두려웠다”고 했다. 영화는 윤동주 시의 아름다움을 절절히 보여준다. 새로운 스타일의 저예산 영화의 탄생이 반갑다. 다만 윤동주의 주변 인물이 다소 약하다. 친구 ‘송몽규’는 좀 더 무게감있는 사상가의 모습보다는 ‘윤동주의 어릴적 친구’를 벗어나지 못한다.

 

미씽 : 사라진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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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좋은 여배우는 좋은 여감독을 만나 성장한다. 일하는 엄마들의 이슈와 다문화 가정,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범죄와 장기밀매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마음에 와닿는 지점은 ‘가까이 살면서도 서로가 전혀 알지 못하는’ 요즘 시대의 인간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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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영화가 필요하다면 –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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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정말 오랜만에 영화 한 편을 봤다. 영화의 내용은 덴젤 워싱턴이 주연을 맡았던 플라이트와 유사하다. (이번에 알았지만, 플라이트 역시 동일한 소재를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한다.)  비행기 사고에 대처하는 기장의 영웅담이 담긴 영화이고, 결론과 감동을 이끌어내는 영화적 장치들은 특별하지 않다.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와 편집, 감독의 연출이 중요해진다.

 

#1

‘과연 나는 옳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주인공의 심리 상태가 이 영화를 끌어간다. 스스로 옳았다고 믿는 사람에게 시스템은 철저하게 되묻는다. 당신의 판단이 과연 옳았느냐고. 이 질문에 주인공은 고민한다. 관객 역시 그의 생각과 기억, 심리 상태를 조용히 따라간다. 이는 사회를 지탱하는 시스템이고, 주인공은 ‘매일 조깅하는’ 바른 시민으로서 그 시스템을 존중한다.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그는 부기장에게 추락시 해야할 프로토콜을 명령한다. 골수 공화당원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보여주는 ‘보수’의 모습이다.

 

#2

이 영화는 결국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어쩔 수 없다. 그 해 가라앉는 배를 보면서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무엇을 했는지 그대로 투영한다. 아주 더운 여름날 찾았던 안산의 분향소에서 받았던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무거움을 그대로 느꼈다. 감독은 세월호를 떠올리지 않았겠지만, 보는 이에게 ‘허드슨강의 기적’은 ‘맹골수로의 악몽’을 보여준다.

 

#3

영화의 큰 줄거리와는 무관하지만, 몇 가지 흥미로운 포인트가 등장한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기장의 실제 삶을 투영해주는 몇 가지 설정들이다. 부업을 가지고 있다거나, 투자했던 부동산에 문제가 생기는점 등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자본주의 러브 스토리’를 보면 잘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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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본 영화 몇 편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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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보는 내내 ‘더 테러 라이브’가 떠올랐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의지와 유머, 시스템의 역량이 함쳐지면 ‘마션’이 나오는거다. 하지만 아쉽게고 여기는 한국이고, 이 영화의 제작진은 세월호 사태를 염두하지 않았을리 없다. 시스템에 대한 비판에 매몰되지도 않았고, 지나치게 신파로 빠지지 않았다. 한줄평처럼, 보는 내내 ‘더 테러 라이브’는 어떤 스토리였는지 계속 생각했다. 다만 ‘터널’에는  유머가 있고, 애완동물도 나오며, 하정우의 먹방도 있다.

물론 보는내내 불편했던 점도 있다. 영화는 분명 재밌었고, 하정우의 연기와 영화를 끌고가는 긴장감도 좋았다. 하지만 분명 이상한 영화이기도 하다. 재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분명 물은 떨어졌고, 겨울이었으며, 음식은 없다. 게다가 생존가능하다고 예측한 기간도 지났다. 근데 살아나왔다. 그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묘사도, 설명, 암시도 없다. 마치 나올만한 상황이 되니 살아온것 같기도하다.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영화의 초점은 터널안이 아니라 밖으로 이동한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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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한국어로된 좀비 영화는 감사히봐야 한다.

감독이나 배우에 대해 얘기하기전에 한국에도 제대로된 좀비 영화가 탄생했다는 것이 기쁘다. 그것도 괜찮은 퀄리티의 좀비가 등장함으로서 한국형 좀비 캐릭의 기반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좀비는 기본적으로 ‘월드워Z류’의 좀비다. 물리면 바로 변하고, 뛰어다닐만큼 운동 능력이 좋고, 어느정도 협업이 가능한 존재로 그려진다. (어쩔 수 없이 월드워Z의 일부 장면이 오버랩되는것은 당연하다.) 그만큼 좀비 표현력 만큼은 최신 트렌드를 충분히 잘 지킨 영화라 본다.

영화는 전후 맥락을 과감히 생략한다. ‘서울역’이라는 애니메이션도 곧 개봉을 앞두고 있고(물론 이 영화가 프리퀄이냐 아니냐는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국내에서 개봉하는 첫 좀비 블럭버스터라는 리스크도 있다. 그래서 이야기가 다른곳으로 세지 않고, ‘부산으로 가는’ 것에 집중한다. 감독이 참 영리하게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전염병이 왜 생겼고, 안이하게 대응하는 관료가 나오고, 고군분투하는 연구원들은 ‘부산행’에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조연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의 인물들은 아쉽다. 이런 상황에서 로맨스가 가능한지 의문인 야구부 커플, 역시나 이런 상황에서 저만큼 ‘적극적으로’ 악역을 자초할 수 있는지 의문인 운수회사 임원, 무력한 노숙 모드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노숙자, 감염되었으나 왜 줄지어 모여있었는지 궁금한 군인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노래까지. 결국 소재는 좀비였으되, 스토리는 신파인 한국형 좀비 재난 영화였다.

P.S. 제발 영화 속 사람들도 ‘좀비’ 영화와 소설을 봤다고 가정해주면 좋겠다. 그냥 ‘좀비다!!’라고 해주면 속시원할 일을, 다른 표현으로 돌려 얘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보는 입장에서 엄청 답답하다.

 

인천상륙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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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우려했던 그대로다.

국제시장, 연평해전의 계보를 이어가는 영화다. (이렇게 얘기하니, 마치 다음에 또 비슷한 영화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킬링타임 액션 영화로는 볼만하지만, 스토리 전개에 불편함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예상가능한 ‘감동의 쓰나미’를 기다려야한다는게 아쉽다. 감독의 전작은 ‘포화 속으로’다. 맞다. 권상우의 혀짧은 목소리와 TOP의 중저음이 함께 버무려진 그 영화말이다. (물론 그 전에는 ‘내 머릿속의 지우개’도 있다.) 만약 감독의 전작을 봤다면, 그리고 인천상륙작전이 무엇인지 안다면 결과는 어느정도 정해져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어느정도의 의외성도 없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지 않고도 내용을 예상할 수 있고, 감독이 전하고자하는 감동의 장치들도 여지없다. 거의 신격화된 맥아더가 나오지 않고, 북한군 장교는 조금 더 유능하며, 전차 한대와 등대의 불빛이 거대힌 상륙작전의 전부가 아니었다면 영화는 좀 더 좋았을 것이다. 사실 초반 흐름은 좋았다. 스파이간에 벌어지는 공작들도 긴장잠 넘쳤고,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마치 80년대 제작된 영화처럼 친절하고 직설적이다. 우린 영화 한두편 본 사람들이 아니다. 관객들을 존중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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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최고의 영화 몇 편

스포트라이트 (Spot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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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확실히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나보다. 마이클 키튼과 마크 러팔로를 한 눈에 알아보지 못했다. 어쩌면 레이첼 맥아담스에 집중하느라 그랬을지 모른다. 언론과 기자가 주연인 ‘캡틴 아메리카’식 결론이 다소 아쉽기는 했으나, 세월호 사태 이후 우리 언론이 보여준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면 이 정도는 충분히 눈감아줄 수 있다. 모든 배우가 주연인듯, 조연인 영화. 짜임새가 무척이나 훌륭하다.

시카리오 (Sic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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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지루했고, 두번째는 놀라웠으며, 세번째에야 비로소 즐길 수 있었던 영화. 요즘도 가끔씩 적당한 시차를 두고, 챙겨본다. 베니치오 델 토로, 조쉬 브롤린의 출연, 그들의 연기만큼 인상적이었던 BGM이 기억나는 영화다.

 

브릿지 오브 스파이 (Bridge of Sp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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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스토리로 끌어가는 힘이 엄청난 영화. 톰 행크스와 스필버그의 조합이니, 영화평은 짧게 줄이자. (rottentomatoes.com에서 91%라면 뭐…) 한 인간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 보여준다. 한동안 계속되고 있는 히어로물의 득세를 잠시나마 잊게해준 것에 감사한다.

 

나이트 크롤러 (Night Craw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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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배우로서 제이크 질란헬을 재발견한 영화. 그는 최근 몇년간 내가 생각한 최고의 배우 중 하나이다. 중반 이후부터는 어느정도 스토리 예상이 가능하다는 점이 아쉬웠으나, 소재와 배우가 이를 충분히 메꾼다. (아. 참고로 이 영화는 2015년이 아니라 2014년이다. 착각했다.)

 

위플래시 (Whi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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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래서 영화를 볼 때는 최소한의 정보만 아는게 좋다. 특히나 이 영화는 꿈보다 해몽인 리뷰들이 많다. ‘알고보면 나쁜 사람 없다’는 우리의 상식을 가지고, 드럼 소리를 즐겨보자.

 

사울의 아들 (Son of S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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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간단하게 쓴 영화다.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 난 이런 영화를 볼 땐 살짝 가수면 상태에서 보는걸 좋아한다.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고, 분석하려들지 않으며, 내가 ‘느껴야만하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영화의 제목이 훌륭하고, 카메라의 시선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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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탱고 폭스트롯 – 아프간 영화는 진리다.

#1

수많은 전쟁 영화들이 있고, 전쟁을 둘러싼 다양한 스토리들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각 전장은 그만의 색깔을 지닌다. 그 중에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독보적이다. 육군이 중심에 서지 않은 첫 번째 현대전이자, 알렉산더 시대부터 이어져오는 전쟁의 역사를 지닌 거친 부족민들과, 나무한그루 없는 이질적인 대지, 극단적 이슬람 원리주의가 펼쳐지는 공간이다. 그 어느 곳도 아프가니스탄 같지 않다.

 

#2

아프가니스탄의 현대전은 ‘제 9중대’에서 시작한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람보3’가 있지만, 이건 전쟁 영화로 분류하기 애매하다.) Mi-24와 스팅거, 각종 기계화 차량에 열광하다가도 ‘칸다하르’와 ‘연을 쫒는 아이’를 보며 그들의 굴곡진 삶에 공감한다. 하지만 결국은 ‘론 서바이버’나 ‘레스트레포’ 같은 총싸움 스토리로 귀결된다. 그 중간쯤에 위치한 영화가 ‘카불 익스프레스’와 ‘위스키 탱고 폭스트롯’ 정도 되겠다. 절대적인 무질서와 개개인이 지닌 처절한 경험, 그리고 냉소적인 유머까지 매우 자연스럽게 섞인다. 명확한 전선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모두가 모두를 대상으로 처절하게 싸워온 공간이 아프가니스탄이다. 그만큼 다양한 스토리가 개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3

눈치챘겠지만 위스키(W), 탱고(T), 폭스트롯(F)는 WTF를 의미한다. 그렇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바로 그 뜻이다. 혼돈과 무질서, 무한한 자유가 섞여있는 그 곳은 인간이 지닌 욕망을 그대로 분출한다. ‘아프가니스탄의 이 현실이 정상으로 보인다’는 주인공의 대사는 결국 WTF의 다른 말이다. 비행기 한 번 타면 뉴욕의 번화가로 날아갈 수 있는 기자이지만, WTF을 외치는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고 싶지 않다. ‘여자로서의 매력을 평가한다면 뉴욕에서 3점, 아프간에서는 10점, 다시 뉴욕에서는 3점’이라는 얘기다. 인도나 남미를 여행한 여성 여행자들의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있다는건 안다.) 얘기와 유사하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저널리스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전쟁 이야기라기보다는,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여성 기자의 ‘좌충우돌’ 적응기에 가깝다. 결국 오락 영화란 얘기다.

 

#4

그래도 몇 가지를 알고보면 재밌다. #칸다하르, #부르카, #바닥샨, #헬만드, #탈레반 정도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다면 영화는 좀 더 풍부해진다. 왜 칸다하르가 위험한지, 부르카를 쓴다는건 어떤 의미인지, 왜 바닥샨으로 가고 싶어하는지, 왜 탈레반과 만나고 싶어하는지 등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2004~2006년은 상대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이 안정화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카불에서 헤랏까지 이어지는 중앙+북부가 안정되고, 탈레반의 세력은 남부 칸다하르에 집결한 때이다. 특히 카불에서는 탈레반의 지배가 종료됨에 따라 일부 여성들은 부르카 없이 몇몇 관공서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카불 공항에서 비행기표파는 사람 중에 부르카를 쓰지않은 여성들도 보았다.) 카불에서 일하는 외국인 기자들은 비교적 안전한 지역에 거주했고, 해가 떠있는 동안은 여느 도시처럼 활기차게 움직이는 곳이었다.

 

#5

결론으로 돌아와보자. (사실 영화 하나보고 무슨 결론이 있겠는가?) 더운 여름날, 더 덥고 건조하고 무질서한 배경과 그 속에서 적응해가는 한 기자의 스토리는 적절하다. 맥주 한잔 들고 볼만한 영화다. 관심있다면 영화를 계기로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검색해봐도 좋고 말이다.

 

 

본투비블루

에단호크는 이제 예술가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다 못읽은 웬즈데이를 마저 읽어야겠다. 음악은 아름다웠고, 에단호크가 연기한 트럼팻 연주자 챗 베이커는 위태로웠고, 그의 여자친구는 매력적이었다. 예상과는 분명 다른 결론이었지만 충분히 현실적이었다.

현실에서의 삶은 처참하지만,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과 사랑은 처절하다. 특이한 음색의 그의 목소리와,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그의 음악은 영화를 보는 내내 행복해진다.

#역시씨네큐브 #에단호크 #주말다운주말

 

프로젝트 M – 역시 영화는 개인 취향

언젠가의 미래, 인간은 우주로 나간다. 그 과정을 보여주던, 결과를 보여주던 결국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대동소이하다. 다만 헐리웃 스타일의 블럭버스터가 아니라면 보는 내내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 만큼 ‘재밌는’ 우주 영화는 만들기 어려워 보인다.

프로젝트M 이라는 영화 속 주인공들은 불어를 사용하는 캐나다인들이다. 먼 우주로 나가기 위해 ‘시험삼아’ 1,000일 동안 우주에 머무르는 시험 비행을 진행하고 있다. 그 와중에 전세계는 전쟁을 시작하고, 우주에 남겨진 이들은 지구로 돌아가려 노력한다. 좁고, 한정된 장소에서 살아가는 4명의 남녀와 1명의 손님이 겪는 갈등은 무척 흥미롭다. 다만 이 영화는 재난 영화로 보기 어렵다. 재난은 있으나 긴장감이 떨어지고, 상황 설정은 다소 무리가 있다. 그냥 집에 돌아갈 수 없는 몇명의 젊은이가 주고받는 대화와 행동을 지켜보는 정도로 충분하다.

  • 시간 많고, 기분 좋은 밤에 볼만함
  • 우주, 재난 영화를 좋아하나 우주선이 안나와도 상관없다면 볼만함
  • 왠만한 헐리웃 영화는 다 봐서, 뭘 봐야할지 고민된다면 볼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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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전,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1
고지전이 나온 2011년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 고지전을 봤다.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고지전은 ‘JSA’와 ‘이오지마에서 온 편자’ 등 무수히 많은 전쟁 / 분단 영화를 떠오르게 한다. 보편적이고도 성공적이었던 전쟁 영화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균형감을 잘 유지한 영화다. 무척 재밌었고, 무척 오랜시간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2
일단 영화는 진지함을 너무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다. 하나의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쟁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살아남기’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지나치게 정의롭고, 간드러진 멘트들을 자제하고, 오랜 전투로 단련된 병사들의 실없는 농담들이 적절하다.


#3
영웅들의 전쟁이 아니었기에 영화를 가득 메우는 것은 다양한 캐릭터를 지닌 조연들이었다.  류승수, 고창석, 이제훈, 류승룡 등이 만들어내는 캐릭터는 전쟁 영화에 흔하게 등장할법한 인물이면서도, 지나치게 한두 인물에 치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조화를 이룬다.

#4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두 배우. 김옥빈은 북한 사투리를 쓰지 않았다. 남한 출신 병사라는 설정 때문이었을까? 다소 어색함을 지우지 못했다. 하지만 그토록 확신하던 ‘전쟁의 의미’를 ‘아 씨발,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나’라고 얘기하는 류승룡은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준다. 오랜 전쟁으로 인간성을 잃어가는 고수와 달리, 그는 점차 인간적인 면모를 알아간다.

#5
영화의 큰 줄거리를 끌어가는 고수. 겁많던 신병에서 살아남기 위해 냉혹해진 중위로 거듭난다.  영화를 보면서 다소 아쉬운 캐릭터였다. 냉혹하지만 부대원들을 챙기고, 때로는 부드럽다는 설정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 정도의 상황에 처한 병사라면, 적군을 스코프에 담아놓고 망설이지 않았어야 했다.

그리고도 몇몇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다. 2차 대전 영화를 보면서 신선했던 화면들인데, 한 위치에서 여러번의 전투를 오버랩하여 보여주는 장면이다. 화면이 고정된 채, 한 번의 전투가 있고, 그 전투에서 쓰러진 병사는 시체로 쌓여있다. 그리고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반복되는 전투를 보여준다. 그 곳에는 여전히 어제 전투로 희생된 사람들의 시체가 놓여져 있다.

#6
오랜만에 영화를 다시 봤다. 여전히 몇몇 장면들은 눈에 거슬리지만, 충분히 재밌었다. 다만 이제는 서로가 총을 쏘는 영화가 아니라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같은 영화가 한국 전쟁에서도 그려진다면 좋겠다. 한국 전쟁이라는 시간, 공간적 배경하에서 일반인들이, 특히 여성들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대한 영화. 고지전을 예로 들자면 옥수수를 들고가던 김옥빈을 신하균이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영화에서처럼 초콜렛을 쥐어주고 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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