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오늘

9년전 오늘, 드디어 남인도 고아에 도착한 날이었다. 붉은색 흙과 기와 지붕, 따뜻한 날씨가 있었다.

#구글포토
#인도
#벌써9년전

 

#1

북인도에서 느꼈던 번잡함과 지저분함, 누군가가 얘기하는 ‘인도스러움’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뭄바이는 잘 기억나지 않는 대도시였고, 고아, 코친부터가 남인도다운 지역이었다. 생선 요리와 바다가 있었고, 사람들의 피부색이 좀 더 짙어졌다.

 

#2

아쉽게도 난 해변을 즐길 준비가 되지 않았다. 수영복도 없었고, 간단한 스노쿨링 장비도 없었다. 가이드북도 없어 어느 해변에서 뭘 하는지도 몰랐다. 내가 찾았던 대부분의 해변에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바닷새와 놀고, 적당히 벗고 바다에 들어갔다.

 

#3

수로를 따라 보트를 타고 내려가는 일정도 훌륭했고, 코친에서 먹었던 음식들도 좋았다. 그리고 버스와 기차, 다시 버스를 갈아타면서 인도의 땅끝마을 깐냐꾸마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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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5년 동안 느낀점

사실 사업을 하면서 겪는 일들에 대해 얘기하는건 조심스럽다.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 같은게 있을리 없고, 누군가의 원칙을 따라한다고 실패의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적인 목적으로 메모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다.

이 글을 한번은 써보고 싶었지만, 쉽사리 정리되지 않았다. 생각은 많고,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도 많았지만, ‘난 아직 성공하지 않았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아껴두고 싶었다. 그래도 한 번 적어본다.

 

내 손에 있는거만 내꺼다.

인간은 늘 누군가와 스스로를 비교한다. 다니던 회사를 나와 내 사업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회사가 모든 직원들의 성과를 측정하고 1등부터 등수를 정하듯, 스타트업의 영역도 다르지 않다. 난 어느정도 위치에 있는가를 늘 고민하고, 의심하고, 남과 비교하게된다.

남과 비교한다는 것은 나의 준거 집단이 정해진다는 의미도 있다.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그래서 그들처럼 움직인다.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서비스 기획, 무의미한 MOU, 대기업과의 파트너쉽, 각종 정부 인증들, 특허, 친목 모임을 넘어서지 못하는 스타트업 모임들,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그 시간들이 지나고나면 모두가 ‘Moment of Truth’를 맞이한다. 돈을 벌었는가. 돈을 남겼는가.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가. 이 순간 창업자는 고립되고, 누구하나 도와줄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지옥 한가운데로 슬쩍 들어가는거다.

그러니 좀 더 냉정하게 내 손안에 있는걸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한다. 유료 고객이 없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면, 난 앞으로 몇 개월간 돈 벌 가능성은 없는거다. 지금 매출이 100만원이라면, 다음달 매출은 잘해야 200만원이다. 지금 서비스 수준이 목표의 50% 수준이라면, 다음달엔 잘해야 55%다. 남들이 받는 투자, 다양한 정부 혜택, ‘운’과 ‘실력’으로 표현되는 많은 기회들은 내 것이 아니다. 잘나가는 사람과 친하다고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모든건 그들의 것이다. 이 사실에서부터 ‘내’ 사업이 시작된다고 본다. 이 단순한 사실을 깨닫는데만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너무 큰 꿈은 독이다.

내 손에 100원을 들고, 100억을 꿈꾼다면 그건 허상이다. 100원에서 100억으로가는 길은 그 누구도 정교하게 설계할 수 없고, 준비할 수 없다. 100원을 들고 생각할 수 있는 미래는 500원, 잘해야 1,000원이다. 어쩌면 200원일지도 모르겠다.

이 사회에서 꿈이 크다는 것은 ‘현실을 모른다’에서부터 ‘대단하다’는 평가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최소한 사업을 한다면, 꿈이 크다는건 대부분의 경우에 잘못된 접근이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 문제가 생겨난다. 하나는 큰 꿈은 언젠가 ‘허황된’ 망상일 뿐, ‘계획된’ 목표가 아니라는게 드러나게된다. 그 꿈을 보고 합류했던 사람들은 떠나고, 꿈을 꾼 창업자도 슬럼프에 빠진다. 지름길이 있을 줄 알았는데, 나에겐 행운이 찾아올줄로 굳게 믿었는데 그게 아니라는걸 알게된다. 두번째는 꿈을 꾸는동안 아무 것도 안한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목표에 다가갈 한 걸음을 걸어가지 않고, 책상앞에 앉아 머리만 굴린다는 얘기다. 그리고 덤으로 ‘현실이 하찮아보이는’ 현상도 생긴다.

 

사업은 쉬워야 한다.

모두가 ‘기술’에 집착한다. 정확히는 ‘기술이 있다고 보여지는데’ 집착한다. “비정형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 패턴을 규정하고, 이에 최적화된 정보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적용한다.” 듣고 있으면 보그xx체가 떠오른다. 민망하게도 앞에 있는 저 얘기는 내가 처음 서비스를 만들면서 하고다닌 얘기 중에 하나다. 기술은 개발할 수 있는 사람과 시간이 필요하고, 결국 충분한 돈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만한 여유가 없다.

사업은 기술을 모르는 부모님도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 거창하지 않아야 하고, 작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쉬운 사업으로 돈을 벌어야 기술도 개발할 수 있다. 검증되지 않은 사업모델을 가정하고, 다년간 기술에 집착하는건 연구소나 대학의 역할이다. 사업가는 돈을 벌어야 한다.

 

성공과 실패의 정의도 쉽지 않다.

모두가 성공과 실패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사람에 따라 그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성공은 현재 진행형에 가깝기 때문에 ‘매우 개인적인 목표’가 성공의 정의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성공에 대한 정의보다는 실패에 대한 정의가 보다 현실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실패는 1) 사업 모델을 통해 수익(매출이 아니라)을 내지 못하는 것, 2) 현금이 바닥나고, 더 이상 돈을 융통하지 못해 월급/세금/4대보험이 밀리기 시작하는 것, 3) 1,2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고, 내년이 되어도 별반 다르지 않는 것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 모든 현상의 결과는 패업, 또는 창업자(대표)의 이탈이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회사의 실패 유형은 다음과 같다.

#1

2~3년동안 만들어온 서비스, 제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 채 자본금/투자금/대출금을 모두 소진하였고, 이로인해 월급을 줄 수 없어 팀원들이 떠났다. 아직 회사를 운영하고는 있으나, 내년이 된다고 해도 큰 변화가 생기기 어려운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회사는 유지되고 있고, 대표도 바쁘게 일하고 있으나 ‘망할 수 없어 버티는’ 회사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초기 자본금, 기술보증기금 대출금, 여기저기서 빌린 돈들, 밀린 세금과 4대보험료 등이 쌓여있다면 쉽사리 파산을 결정하지 못한다.

#2

초기 비용을 최소화하고, 학생들 또는 친구들, 일부 창업 멤버가 모여 서비스를 만들었다.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일부 개발 비용을 지원받고, 서비스도 어느정도 완성되었으나 그 이상 끌어갈 여력은 없다. 그래서 창업자 중 일부는 복학을 하고, 일부는 취업을 하고, 일부는 다른 일을 한다. 이 경우는 학생들로 구성된 회사이거나, 창업 지원 센터 등 정부 기관을 통해 만나게된 많은 회사들이 해당된다. #1 케이스처럼 회사를 억지로라도 끌고가야할 책임감이 적은만큼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3

#1, #2가 창업자의 Full-time 참여로 회사가 운영된다면 #3 케이스는 회사원, 또는 학생들의 파트타임 참여로 사업이 시작되는 경우다. 정확히는 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팀을 결성하고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서비스가 완성되어 공개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큰 이유는 1) 창업자가 개발을 담당하지 못하고, 2) 그래서 외주 개발사를 통해 개발을 진행하거나, 3) 억지로 끌어온 파트타임 개발자가 정해진 스케쥴을 따라가지 못하고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케이스들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많을 것 같다.

 

기타 메모들

  1. 하고자하는 ‘영역’은 중요하다.
  2. 하지만 사업의 ‘아이템’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3. 어차피 어떤 ‘아이템’으로 시작하든 비슷한 문제를 경험하고,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모습으로 망한다. 하지만 ‘영역’은 유지된다. 또는 ‘영역’은 쉽게 바꿀 수 없다.
  4. ‘망한다’의 절반 정도는 제대로된 서비스를 만들기 전에 조용히 사라짐을 의미한다.
  5. 제대로된 서비스를 만든 회사의 대부분은 서비스 런칭 후 1년 안에 성장이 정체하며 사라진다.
  6. 시작은 사람 > 서비스 > 돈이지만, 운영은 돈 > 사람 > 서비스이다.
  7. 시작에서 운영으로 넘어가는 시점은 1년이다. 아무리 길게 잡아도 2년을 넘지 못한다.
  8. 다시 말해 2년안에 돈을 확보하지 못하면 더 이상의 사업은 불가능해진다.
  9. 돈을 위해선 서비스가, 서비스를 위해선 사람이 필요하다.
  10. 결론적으로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1년안에 서비스를 ‘제대로’ 만들고, 운영해야한다.
  11. 그게 아니면 결국 ‘외주’, ‘감원’, ‘정부 과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버텨야 한다.
  12. 이 쯤되면 처음 시작할 때 시도했던 ‘아이템’은 사라지고, 잘 해야 ‘영역’ 정도를 유지한다.
  13. 초기에 함께 했던 팀원 중 절반정도는 떠났다.
  14. 초기에 알고 지내던 비슷한 단계의 스타트업(창업자) 중 70~80%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15. 대부분의 경우, 창업자가 생각하는 고객은 존재하지 않거나 매우 소수다.
  16. 차별화보다는 기존 서비스와 유사하게 만들어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17. 차별화된 서비스는 1~2년 개발하며 업데이트해도 여전히 마이너로 남을 수 있다.
  18. 디자인과 마케팅은 매우 중요하다.
  19. 개발 완료가 곧 앱스토어 런칭은 아니다. 반대로 앱스토어 런칭이 개발 완료는 아니다.
  20. 수익 모델은 저절로 생기는게 아니다.
  21. AWS는 생각보다 비싸다.

 

쓰다보니 마무리는…

나중에 하자…

 

 

 

 

서른 여섯의 여행, 그리고 휴가

‘여행을 하며 살아가는 것’을 동경했다. 여행과 일상이 구분되지 않고, 여행이 돈벌이 사이에 낀 작은 쉼표가 되길 원치 않았다. 그래서 여행을 사랑했고, 동경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살아가는 방식을 찾고자했다. 그것은 많거나 오랜 시간 여행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행이 주는 영감과 삶의 방식을 내 인생 중심에 두고 싶었다.

결혼을 하고, 일을 하고, 자유로운 듯 얽매이고, 여전히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다. 자주 휴가를 낼 수 있지만 랩탑 없이 일주일을 비울 수 없다. 내가 원할 때 언제든 쉴 수 있지만 그로 인한 뒷감당은 온전히 내 몫이다. 그래서 여행이 언제나 불완전하다고 여겨졌다. 예전만큼 여행을 준비하는데 열정적이지 않고, 여행지에서 받는 아드레날린도 많이 줄었다. 그래서 뭔가 찜찜했다. 그래서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첫번째는 여행지의 선택이다. 여행지 자체에 두는 의미가 많이 줄었다. 인도를 가는 것과 일본을 여행하는 건 너무 다르다. 하지만 발리와 크라비는 크게 다르지 않고 상하이와 방콕도 거의 비슷하다. 유럽을 일주하는게 아니라면, 인도를 종단하는게 아니라면, 쿠바에서 쿠바 리브레를 마실게 아니라면 여행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둘째는 여행하는 방식이다. 여행지에서의 부지런함이 갖는 목적이 달라진다. 이젠 서울에서 하지 못했던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경험하려 노력한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극단적으로 빨라지고, 저녁엔 잠을 방해할 어떤 요소도 없다. 저무는 하루를 아쉬워하며 트위터를 끄적일 이유가 없다. 졸리면 바로 잔다. 술을 줄이고, 고기를 줄이고, 많이 걷고 스트레칭을 한다. (물론 많이 먹기는 한다.) 몸이 나에게 주는 느낌에 좀 더 민감해진다. 그리고 프로야구 하이라이트와 예능 재방송보다는 책을 보고 글을 조금씩 쓴다. 새로운 생각들이 생겨난다.

이젠 여행과는 다른 ‘휴가’의 의미 를 알게되었다. 적절한 휴식과 변화가 주는 에너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아무것도 하지않음의 미덕을 조금 알아간 것 같다. 다음 휴가는 좀 더 새로운 일상의 방식을 시도해보고 싶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이 휴가지에만 머무르지 않고, 내 생활로 침범하길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짊어질 배낭이 무겁지 않도록, 건강에도 신경써야할 나이가 되었다. 오늘은 태국에서 돌아왔고, 빨래를 하고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을 정리했다. 내일부터 해야할 일들도 조금씩 하고 있다.

 

#2016휴가 #태국 #끄라비 #방콕

 

The Black Grouse, 최고의 가성비

#1
중국에서 돌아오는 공항, 언제나 그렇듯 위스키를 한 병 사려고 한다. 일단 지갑에 남은 위안화가 얼마인지 확인한다. 위스키는 커녕 쵸콜렛이나 몇 봉지 사야할 금액이 들어있다. 카드를 쓸까 고민했지만, 왠지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못내 아쉬운 마음에 위스키 코너를 서성였고, 가장 저렴해 보이는 친구를 하나 골랐다. 그게 The Black Grouse 라는 이름의 위스키다. 일단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고, Grouse가 뭔 뜻인지 모른다. 그러면 대략 적당한 맛을 내는 ‘이국적인’ 싸구려 위스키일 가능성이 높다. 상해 홍차오 공항 면세점 담당자들의 안목을 믿어야되는 순간이 온 것이다.

#2
이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이 술을 봤다. 한국에, 그것도 이마트에서 팔고 있다니! 뭔가 궁금해진 나머지 검색을 좀 해보았다. ‘가성비 최고’ 등의 찬사가 이어졌다. 집에가서 병을 열고, 마셔보았다. 일단 그래…위스키다. 그리고 Islay 지방의 피트 맛이 적당히 난다. 병에도 친절히 적혀있지만 이 녀석은 블랜디드다. 라프로익같은 맛을 내는 저렴한 블랜디드 위스키라니 놀랍다.

#3
일단 블랜디드 위스키이니, 원료가 뭘까 보자. 첫 번째는 멕켈란이다. 그래 맛다. 그 우리가 가끔 마셔보는 그 멕켈란이다. 두 번째는 하이랜드 파크. 면세졈에서 몰트 위스키 코너를 돌아다녀봤다면 기억할꺼다. 넙적하게 몰트위스키스럽게 생긴 병에 들은 녀석이다. 결론적으로 어마어마하게 훌륭한 증류소의 원액들을 잘 섞어서 만들었다는 얘기다. 스탠다드가 있고, 화이트 ,블랙이 있다. 물론 숙성 연수에 따른 라인업도 갖추고 있다. 한국에는 에드링턴코리아가 수입하고 있고, 이마트에서 독점 판매한다. 결국 에드링턴에서 수입한다는 얘기는 메켈란이나 하이랜드 파크, The Black Grouse 는 같은 회사라는거다. 뭐 그렇다는 얘기다.

#4
일단 맛은 훌륭하다. 아직 손님/친구들에게 마셔보게는 못했지만 나쁠리 없다. 다만 Islay 위스키 특유의 피트향을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이 위스키는 지나치게 강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밀크쉐이크

  
비가 오고 난 친구를 기다린다. 비가 내리는 상하이의 목요일 저녁. 거리는 건물 위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조용하고 한적하다. 희뿌연 스모그도 보이지 않는다. 클럽으로 향하는 인파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도, 가는 밤을 아쉬워하며 길에서 꼬치와 맥주를 앞에 놓고 소리쳐 대화하는 사람도 없다.

약속 시간에서 벌써 30분이 지났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마음은 차분하고, 고요하다. 친구를 만나도 많은 말은 필요없을 것 같다. 쉐이크 하나를 먹었고 소화가 잘 안되는 나의 배는 벌써 부르다.

하나 더. 아보카도 밀크쉐이크를 시켰는데 아주 맛있다. 근데 아보카도를 빼도 비슷한 맛이 날 것 같다. 이 녀석의 원래 맛은 뭘까? 언젠가 미국의 한 마트에서 재미삼아 아보카도를 샀다가 낭패를 본적이 있다. 그냥 먹을 수는 없는 과일이라는 결론을 내렸었는데, 뭔가랑 섞으니 나쁘지 않은 조합이 된다. (무릇 인간 관계도 이와 같지 아니한가 같은 훈훈한 마무리는 생략하자)

#상하이 #푸민루 #아보카도 #밀크쉐이크 

15년 12월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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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의 골목길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정확히 말해, 늦은 밤 상해의 골목길은 조용하다.

 

사람들은 일찍부터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신다.

그리곤 10시가 넘어가면서 모두 집으로 간다. 걷는 사람도, 취한 사람도 드물다.

 

15년 11월

PG사 가입 시 승인 거절 업종

쇼핑몰을 운영하는게 아니라도 결제모듈을 붙여야할 상황들은 있다. 모 클라이언트가 PG사를 찾다가 ‘판매 불가 상품’이기 때문에 이니시스와 같은 메이저 PG는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를 했다. 처음 들어보는 내용이라 확인해보니, 아래의 업종은 제외라고 한다.

요약하자면 ‘왠지 반품이 자주 일어날 것’ 같고, ‘고객 변심’이 빈번해 보이는 무형의 서비스들은 생각보다 안되는게 많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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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디잔 사태 10주기

[개인적으로 시간날때마다 정리하기 위한 포스팅입니다. 완성된 글도 아니고, 특정 논점을 가진 글이 아니니 굳이 읽으시지 않아도 좋습니다. 2015. 08. 15.]

오늘은 5월 18일이다. 광주에 대해 생각해야하는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나는 우즈베키스탄의 도시 ‘안디잔’이 떠오른다. 미디어에서 다뤄지지 않는 중앙아시아의 한 도시이다. 이 곳에서 지금으로부터 10년전인 2005년 5월 13일, 수백 명에 달하는 평화적 시위자들이 우즈베키스탄 정부군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학살 당했던 사태가 발생했다. 내가 타쉬켄트행 비행기표를 구매한지 1주일만이다. 난 병역특례가 끝나고 복학하기 전까지 실크로드의 역사가 ‘살아숨쉰다고 하는’ 중앙아시아 + 중국 서북부 + 서남아시아를 여행하기로 계획했다.

1.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대략의 스토리는 이렇다. 5월 10일, 안디잔 시의 중심에 위치한 광장에서 평화적 시위 발생. 12일, 시위대의 교도소 점거와 재소자 수천 명 시위에 가담, 시청사 점거 및 및 정부관리 구금 등 무력시위로 확산. 13일, 정부군의 투입으로 인한 시위 진압으로 유혈사태는 종료. 14일, 간헐적 시위 발생 및 진압. 너무나도 신속하고, 강력하다. 어떠한 대화 시도도 없었으며, 평화적 시위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 대응도 없었다. 이 때는 2005년이다. 그루지아의 장미 혁명(2003년 11월),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 (2004년 12월), 키르기즈스탄의 레몬 혁명 (2005년 3월)이 우즈베키스탄의 독재자 카리모프를 압박했을 것이다. 특히, 키르기즈스탄은 안디잔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접 국가다.

2. 왜 일어났는가?

사실 이게 좀 모호하다. 최소한 내가 이해하기에는 미디어의 설명이 매우 간소하다. ‘안디잔 지역 이슬람 기업인 23명을 헌법위반과 이슬람 과격단체 소속 혐의로 체포하였고, 23명의 재판 회부를 계기로 이슬람교 신자가 다수인 안디잔 주민들이 종교탄압이란 이유로 2월부터 간헐적 시위가 이어져왔다’는 것이 사건의 발단이라는 것이다. 한겨레 보도 (링크)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13일 시위대 규모가 계속 불어나면서 성난 군중이 자동차를 불태우고 일부 경찰의 무장을 해제하는 등 과격양상을 띠기 시작했으며 일부는 시 청사를 점거한 채 여성과 어린이들을 내세워 정부군과 대치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카리모프 대통령은 13일 직접 내각을 이끌고 안디잔으로 가 협상을 시도하는 한편 대규모 병력을 5천여명의 시위대가 집결한 안디잔 동부광장에투입, 사태 확산에 대비했다. 그러나 시위 주동자들과 정부 간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오후 6시부터 군인들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면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우즈베키스탄이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1991년 8월 31일 이전인 90년 3월 대통령으로 당선된 카리모프는 안디잔 사태가 일어난 2005년까지 장기집권 중이 독재자이다. 이 글을 쓰는 올해가 2015년이니, 무려 25년간 대권을 쥐고 있다는 뜻이며, 더욱 놀라운 점은 올해 3월에 있었던 대선에서 90% 이상의 득표율을 보이며 재선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번이 4선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