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포워드 – 결론이 정해져있는 삶

i9788983946003

이런류의 소설이 좋아진다. 전문적 지식에 기반하였지만, 판타지에 집착하지 않고 우리의 인생에 기반하는 얘기들 말이다. 사실 동명의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또는 영화 컨텍트)와 분위기기 닯아있다.

.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 속에서 하나의 개별적인 인생이 갖는 유한함과 사소함. 그 사소함을 알아버린 사람들의 행동들. 20년 후에 난 누구와 살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알게되었을 때 난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우린 결국 죽지만, 그게 20년 후리는걸 알게 된다면, 오늘 무슨 일을 해야할까.

미래 시점의 단 한 순간을 알게되었을 뿐이지만, 오늘의 삶은 산산히 붕괴된다.

.

드라마는 원작과 설정이 좀 다르다. 20년이 아니라 6개월 후를 본다. 그리고 원작의 1분 43초가 아니라 137초 동안 정신을 잃는 설정이다. 원작은 ‘실험’에 참여한 연구원들이 중심이라면, 드라마는 FBI가 등장하는 수사물 관점으로 접근한다. 수많은 떡밥이 뿌려지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채 시즌이 끝나버린다. 역시나 원작이 훌륭하다.

.

 

Advertisements

전쟁터의 요리사들 

전쟁 + 요리사 + 미스테리 조합이라는 마케팅 문구를 보고 일단 샀다. 그리고 꽤 짧은 시간 동안 읽었다. 

#1

밴드오브브라더스를 책으로 보는 기분이다. 시리즈의 모든 에피소드가 소설에서 묘사된다. 소설이 드라마를 참고한 것일까. 아니면 소설과 드라마가 사실에 기반했기 때문일까. 소설속 묘사는 무척이나 디테일하다. 

#2

일본인 작가가 쓴 소설이지만 배경은 2차 대전의 유럽이다. 단언컨데 작가는 밀리터리 덕후다. 참고로 일본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 마지막에 딱 한 문단 언급된다. 일본인이 등장하지 않는 일본 소설이다. 일본인 여성 작가는 어떻게 2차 대전에 참전한 미군 병사의 감정을 창조했을까. 소설 전반에 걸쳐 느껴지는 일본 소설 특유의 감정선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3

이 소설을 미스테리물로 분류하긴 어렵다. 오히려 밴드오브브라더스나 라이언일병구하기 같은 전쟁물에 가깝다. 그리고 길지 않은 소설 한권이 D-Day 부터 종전까지를 다룬다. 그리고 상당한 분량을 두고 전쟁의 진행 과정을 설명한다. 짧은 논픽션 다큐멘터리를 본 기분도 든다. 

#4

소설가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가벼운 추리 설정’ 소설이라는 그녀만의 장르를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소설의 배경이 2차 대전이 아니라 포에니전쟁에 참여한 요리사의 이야기였다고해도 충분히 재밌었을 것 같다.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배경을 넣고 소소한 추리 장치들을 배치할 수 있다면 굉장히 훌륭한 시리즈물을 써낼 수 있어 보인다. 아무튼 오랜만에 ‘단숨에 읽어 버린’ 이야기다. 좋다. 

2017년의 독서 목록

어차피 책을 책상에 앉아 오래도록 읽지 못한다. 이제 메모를 하고, 기억을 하고, 곱씹어보며 책을 읽지 못한다. 거의 난독증 수준이다. 그대도 책을 사고, 한 페이지씩 이라도 보려고 한다. 절대 다 읽을 생각은 없고, 내용을 모두 이해할 의도도 없다.

 

전쟁터의 요리사들 – 후카미도리 노와키

간단한 리뷰를 남겼다. 밴드오브브라더스, 전쟁 영화, 2차대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일본 특유의 따뜻한 추리소설이다. 엄밀하게는 추리보다 전쟁 소설이다.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인류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다룬다. 정확히 말해서 ‘역사’를 다루기보다는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라는 공간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서술한다. 픽션과 논픽션이 섞여있고, 추정과 근거가 난무한다. 초기 주장은 매우 흥미롭지만 중반 이후를 끌어가는 몰입도는 다소 아쉽다.

 

태양계 연대기 – 원종우

덕질의 끝을 보여준다. 전공자든 아니든, 충분한 ‘덕질’이라면 책도 쓴다. 내용이 진지함보다는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정도의 상상력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정확히는 소설에 가깝다.) 명나라의 정화를 놓고 쓴 ‘1492, 중국이 세계를 발견한 해’와 궤를 같이한다고 보면 된다.

 

종의 기원 – 정유정

읽고 있다. 단어와 문장의 사용이 훌륭하다.

 

눈먼시계공 – 리처드 도킨스

읽고 있다. 주장은 흥미롭지만 무척이나 지루하다.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 사울 알란스키

급격한 사회적 변화에 대해 꿈꾸던 시대. 하지만 그가 제시하는 세부적인 ‘규칙’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글 전반을 공감하긴 어렵지만, 인간과 조직, 조직화에 대한 많은 고민이 엿보인다.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 박연미

얼마전 우리집에 찾아온 프랑스인 게스트가 소개해줬다. 이 책을 보고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게되었고, 결국 한국에 오게되었다고 했다. 탈북자로서 아직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그녀는 스스로 경험했던 일들을 담담히 적는다. 논픽션이지만 픽션만큼 몰입력있는 글이다.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그가 왜 이 시대의 대표 소설가인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역시 ‘영화보단 원작’에 속하는 책이다. 책 말미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이 소설이 쉽고, 빠르게 읽혔다면 그건 책을 잘못 읽었다는 얘기다’. 이야기에 대한 작가의 자부심이 엿보인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아직 읽고 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 데이비드 발다치

이제 시작했다.

 

돈가스의 탄생 – 오카다 데스

음식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하나의 음식을 만들어내기 위한 일본인의 노력이 대단하다. 근대화의 역사를 담고 있는 ‘돈가스’의 연대기다.

조선, 1894년 여름

(읽고 있는 중에 메모…)

#1 – p86

개고기 외에 밥과 검고 질긴 빵, 해초, 날생선이 가장 일상적인 먹을거리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이웃이 자신들보다 세 배나 더 많이 먹는다고 말하는데… 항구 도시 제물포에서 여러번 확인할 수 있었다… 믿을 수 없이 많은 양의 삶은 쌀이 커다란 붉은 고추 한 줌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진다. 게다가 그들은 날생선, 날고기, 조선에서 대략으로 생산되는 참외와 오이를 조리도 하지 않고, 껍질을 벗기지도 않은 채 먹어치운다… 음주에서도 이들은 절제를 모른다.

 

#2 – p145

지구상에 존재하는 여러 나라에서 나는 아주 이상한 군대를 다수 알게 될 기회를 가졌다. 그 중에서도 조선의 군대는 가장 기이한 군대로 보인다… 군대의 인원이 120만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오늘날 서울이나 ‘아침 노을의 나라’ 어느 곳에도 조선 병사는 한 명도 없다…

 

#3 – 154

“이 나라의 모든 관직은 (뇌물을 통해) 구해야 하며, 귀족의 손에 달려 있다. 가장 보잘것없는 관직만이 귀족 계급이 아닌 자들에게 주어진다. 그것도 일종의 세습 귀족인 양반의 일원일 때만 가능하다. 따라서 상인들은 부를 획득하고자 할 만한 동기가 전혀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 부를 가지고 관직을 사서 귀족층의 반열에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2차대전물에 관심 좀 있다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읽어볼만한 책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첨언이 붙지 않더라도 충분히 신선하고, 섬세하며, 재밌다. 전쟁, 민중의 삶, 기억과 같은 주제를 떠나, 여성의 관점에서 전쟁을 바라본 ‘소설’이다. 정확히 이러한 장르가 소설의 범주에 속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만큼 스토리를 따라가며 쉽게, 때로는 무겁게 읽힌다.

“그 목소리들이 전하는 진실은 어릴때부터 익히 들어온, ‘우리는 승리했다’는 간단명료한 정의와는 딴판이었다.”
특히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전쟁의 참화와 영웅담을 전하기 이전에 이들은 여성으로서 전쟁을 바라보는 감성적인 경험을 전한다. 길게 땋은 머리를 잘랐다거나, 길잃은 당나귀를 사냥하기 전에 울었다거나, 보급으로 받은 배낭을 해체하여 치마를 해입었다거나 하는 일들이다.러시아라는 공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위상과 인식, 그 속에서 전쟁에 참전했던 그녀들의 이야기가 빼곡하게 펼쳐진다. 많은 이들이 자원하여 전쟁에 참전하였고, 전쟁의 참혹함에 눈물을 흘렸고, 때로는 환자로 만난 군인을 사랑한다. 남자들속에 둘러싸여 전쟁에 참전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관련 서류들을 찢어버리지만, 나이가 들고 몸이 불편해져 찢어버진 서류들을 되찾고 싶다는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i.aspx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경험들이 모여 역사가 이루어진다면, 이 책은 훌륭한 역사책이자 문학이다.

 

#노벨문학상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