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1894년 여름

(읽고 있는 중에 메모…)

#1 – p86

개고기 외에 밥과 검고 질긴 빵, 해초, 날생선이 가장 일상적인 먹을거리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이웃이 자신들보다 세 배나 더 많이 먹는다고 말하는데… 항구 도시 제물포에서 여러번 확인할 수 있었다… 믿을 수 없이 많은 양의 삶은 쌀이 커다란 붉은 고추 한 줌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진다. 게다가 그들은 날생선, 날고기, 조선에서 대략으로 생산되는 참외와 오이를 조리도 하지 않고, 껍질을 벗기지도 않은 채 먹어치운다… 음주에서도 이들은 절제를 모른다.

 

#2 – p145

지구상에 존재하는 여러 나라에서 나는 아주 이상한 군대를 다수 알게 될 기회를 가졌다. 그 중에서도 조선의 군대는 가장 기이한 군대로 보인다… 군대의 인원이 120만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오늘날 서울이나 ‘아침 노을의 나라’ 어느 곳에도 조선 병사는 한 명도 없다…

 

#3 – 154

“이 나라의 모든 관직은 (뇌물을 통해) 구해야 하며, 귀족의 손에 달려 있다. 가장 보잘것없는 관직만이 귀족 계급이 아닌 자들에게 주어진다. 그것도 일종의 세습 귀족인 양반의 일원일 때만 가능하다. 따라서 상인들은 부를 획득하고자 할 만한 동기가 전혀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 부를 가지고 관직을 사서 귀족층의 반열에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2차대전물에 관심 좀 있다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읽어볼만한 책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첨언이 붙지 않더라도 충분히 신선하고, 섬세하며, 재밌다. 전쟁, 민중의 삶, 기억과 같은 주제를 떠나, 여성의 관점에서 전쟁을 바라본 ‘소설’이다. 정확히 이러한 장르가 소설의 범주에 속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만큼 스토리를 따라가며 쉽게, 때로는 무겁게 읽힌다.

“그 목소리들이 전하는 진실은 어릴때부터 익히 들어온, ‘우리는 승리했다’는 간단명료한 정의와는 딴판이었다.”
특히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전쟁의 참화와 영웅담을 전하기 이전에 이들은 여성으로서 전쟁을 바라보는 감성적인 경험을 전한다. 길게 땋은 머리를 잘랐다거나, 길잃은 당나귀를 사냥하기 전에 울었다거나, 보급으로 받은 배낭을 해체하여 치마를 해입었다거나 하는 일들이다.러시아라는 공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위상과 인식, 그 속에서 전쟁에 참전했던 그녀들의 이야기가 빼곡하게 펼쳐진다. 많은 이들이 자원하여 전쟁에 참전하였고, 전쟁의 참혹함에 눈물을 흘렸고, 때로는 환자로 만난 군인을 사랑한다. 남자들속에 둘러싸여 전쟁에 참전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관련 서류들을 찢어버리지만, 나이가 들고 몸이 불편해져 찢어버진 서류들을 되찾고 싶다는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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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경험들이 모여 역사가 이루어진다면, 이 책은 훌륭한 역사책이자 문학이다.

 

#노벨문학상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