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

주말동안 영화 한편을 보았다. ‘Son of Saul’이라는 영화로,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언급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헝가리 영화다. 2차 대전물, 홀로코스트, 인류 대재앙, 좀비물의 영화를 편애하는 사람으로서 피할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사건에 대한 과장된 재현이 아니라, 보여줄 수 있는 만큼의 사실을 전달하는데 집중한다. 십수년전에 보았던 클로드 란츠만의 영화 쇼아(Shoah)같은 영화다. 영화는 줄곧 Saul의 얼굴과 뒷모습을 추적한다. 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시체 소각을 담당하는 ‘존더코만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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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대사가 극도로 절제된 Saul이라는 캐릭터는 자신이 옮기는 시체들 속에서 자신의 아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를 랍비의 기도 속에서 아들을 묻어주고 싶어한다. 영화는 아들의 장례를 치뤄주고자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덤덤하게 그린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가던 그는 아들의 장례라는 목적 앞에서 절박해진다. 영화는 그의 절박함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추적한다. 그렇기에 관객에게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적절한 타이밍도 제시하지 않는다. Saul이 주저앉아 울지 않는한 관객 역시 그럴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쉴새없이 바쁘다. 장례를 치뤄줄 랍비를 구해야하고, 죽은 아들의 시체를 숨기고 옮겨야하며,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영화는 정신없이 바쁘다.

영화가 반드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야하는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Son of Saul은 전통적인 형태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물론 영화가 뭘 의미하는지도 모르겠으나…) ‘쇼아’라는 타큐멘터리를 볼 때처럼,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소설을 볼 때처럼 하나의 넌픽션 다큐멘터리를 본 기분이다. 그 만큼 잔상은 오래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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