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ack Grouse, 최고의 가성비

 

#1
중국에서 돌아오는 공항, 언제나 그렇듯 위스키를 한 병 사려고 한다. 일단 지갑에 남은 위안화가 얼마인지 확인한다. 위스키는 커녕 쵸콜렛이나 몇 봉지 사야할 금액이 들어있다. 카드를 쓸까 고민했지만, 왠지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못내 아쉬운 마음에 위스키 코너를 서성였고, 가장 저렴해 보이는 친구를 하나 골랐다. 그게 The Black Grouse 라는 이름의 위스키다. 일단 처음 들어본 이름이고, Grouse가 뭔 뜻인지 모른다. 그러면 대략 적당한 맛을 내는 ‘이국적인’ 싸구려 위스키일 가능성이 높다. 상해 홍차오 공항 면세점 담당자들의 안목을 믿어야되는 순간이 온 것이다. 블랜드 위스키를 이런 식으로 구매하는건 위험하다.

 

#2
이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이 술을 봤다. 한국에, 그것도 이마트에서 팔고 있다니! 뭔가 궁금해진 나머지 검색을 좀 해보았다. ‘가성비 최고’ 등의 찬사가 이어졌다. 집에 가서 병을 열고, 마셔보았다. 일단 그래…위스키다. 그리고 Islay 지방의 피트 맛이 적당히 난다. 병에도 친절히 적혀있지만 이 녀석은 블랜디드다. 라프로익같은 맛을 내는 저렴한 블랜디드 위스키라니 놀랍다.

 

#3
일단 블랜디드 위스키이니, 원료가 뭘까 보자. 첫 번째는 멕켈란이다. 그래 맞다. 그 우리가 가끔 마셔보는 그 멕켈란이다. 두 번째는 하이랜드 파크. 면세졈에서 몰트 위스키 코너를 돌아다녀봤다면 기억할꺼다. 넙적하게 몰트위스키스럽게 생긴 병에 들은 녀석이다. 결론적으로 어마어마하게 훌륭한 증류소의 원액들을 잘 섞어서 만들었다는 얘기다. 스탠다드가 있고, 화이트 ,블랙이 있다. 물론 숙성 연수에 따른 라인업도 갖추고 있다. 한국에는 에드링턴코리아가 수입하고 있고, 이마트에서 독점 판매한다. 결국 에드링턴에서 수입한다는 얘기는 메켈란이나 하이랜드 파크, The Black Grouse 는 같은 회사라는거다. 뭐 그렇다는 얘기다.

 

#4
일단 맛은 훌륭하다. 아직 손님/친구들에게 마셔보게는 못했지만 나쁠리 없다. 다만 Islay 위스키 특유의 피트향을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이 위스키는 지나치게 강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2017.10

오픈한지 1년이 다되어가는 시점에 마셔보니, 앞선 ‘극찬’이 살짝 민망하다. 적절하게 맛있는 피트향 위스키인건 맞지만, 피트향이 아일라 위스키만큼 강하지도 않고 살짝 밋밋했다. 차라리 Famous Grouse나 Naked Malt가 나은 선택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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