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주기설에 대하여

사업을 시작할 때 이런 얘기를 들었다. 1년을 버티면 3년을 가고, 3년을 버티면 7년은 간다. 그리고 7년을 버티면 꽤 오랜시간 사업이 지속된다고 했다. 이 얘기에 근거는 없었다. 그냥 선언적인 조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돌아보면 꽤나 정확한 조언이었다.

1년에 망한다는 것

사업을 시작하고 1년이 되었을 때 난 사업을 접을까 고민했었다. 돈, 서비스, 조직 모두 준비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자본금을 가지고 시작한다. 자본금의 규모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1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금액으로 준비한다. 내 돈이거나, 공동 창업자의 돈이다. 이 돈으로 사람을 고용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제품, 서비스, 기술을 만든다.

보통 돈을 가지고, 사람을 사고, 사람을 통해 서비스를 만든다. 이 한 번의 프로세스가 보통 1년이다. 즉, 기회는 한 번이다. 1년에 망한다는 것은 돈-사람-서비스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 실패했다는 의미다. 사업을 시작했다기보다는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패한 것이다.

내가 주변에서 보아온 많은 기업들이 (또는 창업자들이) 이 과정에서 사라졌다. 이 단계를 ‘미리’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사업의 실패 가능성은 많이 줄어든다. 방법은 여러가지인데, 법인 설립 이전 단계에 서비스를 만드는게 궁극적인 답이다. 1년이 걸리든, 그 이상이든 돈을 들이지 않고 (대표가 직접하거나) 최소한의 사람이 모여 첫 번째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 때 법인이 있냐 없냐는 중요한게 아니지만, 법인은 존재만으로도 돈이 나간다.

3년에 망한다는 것

보통 1년의 기간 동안 적절한 서비스 개발에 실패했거나, 또는 성공했거나 어느 쪽이더라도 1년이 지나면 준비했던 자본금은 바닥난다. 이젠 한달 한달 버티는게 쉽지 않다. Death Valley라고 부르는 이유는 결국 생존이 어려운 구간이라는 뜻이다. 서비스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한 명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그마저도 안된다. 결국 대출, 투자금과 매출, 정부 지원금 등을 모두 합쳐서 운영해야 간신히 버틸 수 있다.

3년에 망한다는건 버틸수 있는 한계까지 도달한 후 폐업한다는 의미다. 1년에 망하면 ‘모아놓은 종잣돈’을 투자해 뭔가 해보려다가 접는 수준이지만, 3년에 망하면 대표자 개인이 끌어다 쓸 수 있는 모든 돈을 마지막 100원까지 쎴다는 의미다. 즉, 사업을 접었을 때 대표자가 받는 타격은 비교 불가하다. 사업하다 망해서 신용불량자가 되었다는 소식은 대부분 이 단계 이후에 발생한다. 복구하는데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

7년에 망한다는 것

회사마다, 대표마다 천자만별이다. 하지만 3년을 넘겼다는 것은 어떤 방식이든 ‘돈버는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것이 투자든, 매출이든, 지원금이든 상관없다.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면 앞으로 몇 년도 버틸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3년을 버텼지만, 7년에 망한다는 건 ‘비용 관리’에 실패했다고 생각된다. (물론 수 많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돈버는 방법’을 만들었다는 것은 회사에 큰 변화를 준다. 그 중 생각나는 것만 몇 가지 적어본다.

1) 급여의 상승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시간은 1년, 길어야 2년 정도이다. 이 기간까지는 돈 이외의 다양한 동기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간이 지나면 금전적인 보상이 뒤따라주어야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다. 즉, 급여가 올라야한다. 이 때의 상승폭은 일반적인 기업의 임금 인상률과는 다르다. 훨씬 가파르다.

2) 제반 비용의 상승

이 시점이 되면 ‘라면 하나’로 버티던 단계를 벗어나, 다양한 비용이 발생한다. 인스턴트 커피는 원두로 바뀌고, 에스프레스 머신이 들어온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유료 서비스를 사용하고, IDC에서 임대하던 서버를 AWS로 교체한다.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작은’ 비용들이 늘어나고, 꼼꼼하게 관리하기 어려워진다.

3) 지원 부서의 등장

이건 S/W 개발을 주업무로 하는 회사의 사례이다. 이 경우, 개발자의 개발 역량과 업무량은 곧 회사의 매출 규모와 연관이 있다. 즉, 매출이 성장한다는 것은 개발팀이 커진다는 것과 같은 얘기다. 예전에 일했던 컨설팅펌을 기준으로 본다면 전체 직원 수에서 컨설턴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효율적이다.

하지만 10명이 일한다고 했을 때 대표 1명과 개발자 9명이 일할 수는 없다. 지원 부서가 필요하다. 지원 부서란 영업, 마케팅, 재무, 총무, 경영지원 등을 모두 포괄한다. 예를 들어 대표가 PM을 맡아 개발 프로젝트를 리드할 수 있다면 3, 4명의 개발자와 함께 팀을 이뤄 일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개발 프로젝트가 늘어난다면 별도의 PM과 기획자가 필요해지고, 안정적으로 일을 받아올 수 있는 영업 담당자가 필요하다. 자체적인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각 서비스를 전담할 마케터와 사업 담당자가 필요하다. 각종 비용들을 관리할 재무 담당자도 있어야 한다.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팀 규모가 5명이라면, 10명까지는 점진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10명이 넘어가면부터는 지원 부서까지 고려할 때 20명 수준까지 한 번에 늘어나야 한다. 그래야 회사가 운영될 수 있다.

4) 비즈니스 모델의 비효율성

회사의 초반 수익을 담당했던 비즈니스 모델이 효율적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초기에는 수익보다는 매출에 중점을 둔다. 돈을 남기기 보다는 흘러들어오는 돈의 양에 집중한다. 따라서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비효율적일 수 있다. 성장을 위해선 더 많은 사람과 돈이 필요한 구조일 가능성이 크고, 수익성은 형편없다. 아직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만한 여력은 부족할테고, 투자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지난하다. 하지만 한 달에 사용하는 비용의 규모는 절대적으로 커져있기 때문에 대표가 개인적으로 메꿀 수 없다. 이 때부터는 아주 사소한 문제들로 인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답을 제시하고자 작성한 문서가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정리해본다.

 

위플래닛은 이제 6년이 되었고, 첫 번째 3년은 STEP JOURNAL로 운영했다. 매출은 없었고, 여러 자금을 최대한 끌어모아 버티는 시간이었다. 두번 째 3년은 개발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출을 발생시키는 구조로 운영되었다. 최대한 급여를 현실화시켰고, 팀의 규모가 10명을 넘어갔다. 풍족하지는 않아도 ‘개발 서비스’로 돈을 버는 구조는 자리를 잡았다. 세번 째 3년은 내년부터 시작된다. STEP JOURNAL 이후 끊어졌던 자체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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