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유난히 건조하다. 집착에 가까울만큼 공간의 습도를 높이고, 다양한 보습제를 사용한다. 이맘 때 입술이 트고, 피부가 건조해지면 오래전 훈련소에서 사용한 바세린의 기적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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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세린은 어릴적 안방에 있던 키가 낮은 문갑에 늘 있었다. 오랜 기간동안 손으로 덜어낸 모양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냄새가 고약한 호랑이 연고, 베이비 파우더, 그리고 몇 가지 비상 약품과 함께 있었다. 이미 그 시절에도 바세린은 ‘이전 세대’에 사용하던 어떤 물건이었고, 난 한번도 그 미끈거리는 물체를 내 몸에 발라본 적이 없었다. 물로 씻어도 계속되는 미끈거림이 싫었고, 몸에 바르는 화장품보다는 윤활유처럼 기계에 사용하는 물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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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는 11월에 들어가서 4주간 머물렀다. 로션이나 컨텍트 렌즈 같은개인 용품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훈련소에서는 비누가 지급되었고, 추운 겨울에 비누로 세수하고 난 후의 건조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훈련 소대 누구도 로션 따위는 없었다. 대략 일주일정도는 큰 문제 없이 지났던 것 같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면서 피부가 갈라지기 시작했고, 피부에 딱지가 앉기 시작했다. 얼굴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껍데기가 감싸기 시작했다. 샤워는 2주에 한 번만 가능했기에 따뜻한 물은 없었다. 찬물로 아무리 세수를 해도 이 딱지는 떨어지지 않았다. 억지로 떼려고 하다가는 피가 날 것 같아 그대로 두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딱지는 단단하고 커지고 두꺼워졌고, 딱지가 갈라지기 시작하면서는 슬슬 아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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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소대에 있던 누군가가 바세린을 꺼냈다. 어떤 질환으로 바세린 소지가 허용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소대의 훈련병 모두는 나와 유사하게 피부가 갈라지기 시작했고, 그 친구는 바세린을 아주 조금씩 분양했다. 내 기억으로는 손가락 하나로 한 번 정도 떠냈던 것 같다. 그리고 난 그 바세린을 조그만 통에 보관하면서 아주 조금씩 얼굴에 발랐다. 얼굴, 입술, 손등 같이 갈라지고 피가 나기 시작한 부위에 발랐다. 기름기가 넘쳐냈고, 한번 바른 바세린이 아까워 비누 세수하는 빈도를 줄였다. 다락 하루 정도가 지나자 얼굴의 딱지가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손으로 비벼서 벗겨낼 수 있었다. 때를 밀 때의 느낌과 약간은 유사하게 말이다. 난 이 때 ‘바세린의 기적’을 경험했고, 그 후에도 바세린에 대한 나의 ‘믿음’은 유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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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약국에서 가장 작은 용량으로 구매하면 50ml 용량을 준다. 가격은 놀랄만큼 저렴한 1,500원이다. 이 정도 용량이면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거의 무제한에 가깝다. 요즘도 겨울이 되면 립밤 대신에 바세린을 바른다. 물론 향도 없고, 손에 묻은 바세린의 촉감도 좋지 않다. 하지만 한 철 사용하고나면 어딘가로 사라져버리는 립밤보다 저렴하고, 효과도 매우 직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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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세린 케이스를 조금 살펴보자. Petroleum Jelly라고 쓰여져 있다. 그렇다. 이건 석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 중 하나를 탈색하여 만든 젤리 형태의 혼합물이다. 실제 이 물건은 19세기 중반 석유 정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민간요법처럼 사용하던 것을 상품화한 것이다. 효과는 단순하다. 피부에 이물질이나 세균이 침투하지 못하게 기름막을 형성하는 것이다. 마데카솔이나 후시딘과도 거의 동일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상처나 화상이 아닌 정상 피부에 발랐음 경우 강력한 보습 효과를 제공한다. 인체에 사용할 수 있는 ‘석유 젤리’이기 때문에 그 용도 역시 자유롭다. 피부 보습, 상처 또는 화상 치료에 보통 사용되지만 다른 물질과 섞어 새로운 용도로도 사용된다. (바셀린 활용법 2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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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이기도 하고, 좀 전에 바세린을 한 통 산김에 조금 끄적였다.